"6년래 최고가"…'미운오리' 우라늄, '친환경 백조'로 변신?

3일 기준 파운드(lb)당 38.70달러…한 달간 20%↑
美 카메코·濠 딥 옐로우 등 관련주 20~60%↑
우라늄 실물 매수 펀드 SPUT 상장 및 거래 개시로 풀이
후쿠시마 후 이벤트에만 휘둘려…올핸 'EU 택소노미'
자산 위상 찾으려면 친환경 인증이 첫 단계
모건스탠리, 원자재 중 가장 강세로 평가
  • 등록 2021-09-05 오후 11:30:03

    수정 2021-09-05 오후 11:30:03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최근 우라늄 시장에선 흥미로운 가격 움직임과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독립리서치를 운영 중인 미국의 린 알덴 애널리스트는 최근 우라늄 가격 급등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라늄 가격은 생산에 드는 비용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원자력을 둘러싼 투자 주의보는 여전하다. 이에 현재 가격에 일희일비하기보단, 향후 인류가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넷제로’로 가는 과정에서 원자력이 부상할지 등을 판단하는 게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따른다.
(출처=픽사베이)
우라늄 가격, 2015년 4월 1일 이후 가장 높아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우라늄 현물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 파운드(lb)당 38.7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 초 이후 약 6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달 전 대비해선 약 20.0% 올랐다.

이날 기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카메코(CCJ)는 같은 기간 27.07% 올랐다. 해당 기업은 캐나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업체다. 같은 기간 우라늄 에너지(UEC)는 38.60%, 에너지 퓨얼스(EFR)도 18.34% 상승했다. 원자력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글로벌X 우라늄 상장지수펀드(ETF)(URA)도 23.35% 올랐다. 호주 증시에 상장된 우라늄 생산업체 딥옐로우(DYL)와 팔라딘 에너지(PDN), 보스 에너지(BOE)는 각각 34.56%, 59.18%, 32.35% 올라 상승 폭이 더 컸다.

우라늄 가격 상승과 관련주가 오른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설립된 스프로트 피지컬 우라늄 트러스트(SPUT) 펀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스프로트 자산운용사는 지난 7월 말 실제 우라늄을 보유하는 운용사인 UPC(Uranium Partnerion Corp)를 인수한 후 펀드를 만들어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해당 펀드가 몇 주 전부터 신주를 팔아 그 돈으로 우라늄을 사모으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우라늄이 오른 것이다. 우라늄 부족이 발생할 걸로 전망하는 이들이 단기차익을 노리지 않는다고 알려진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1~2주 만에 20%가 오른 상태여서 스프로트와 관련된 호재는 다 반영된 듯하다”라고 전했다.
(출처=뉴욕상업거래소(NYMEX) 및 각 국가별 증권거래소)
EU 택소노미, 포함 여부가 가격 추이 만들어

그러나 우라늄 가격 상승이 지속될 지에 대해선 그동안에도 가격 변동성이 컸던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라늄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면서, 오랜 기간 변동성에 노출된 상태다. 우라늄 생산업자들은 직접 우라늄 채굴하는 방법 외에도 오래전 이미 확보된 우라늄을 시장을 통해 사들인 뒤 발전소에 판매하기도 한다. 우라늄 가격이 채굴 비용보다 낮아 차라리 시장 참여자가 되는 게 이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에 우라늄은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 논리보단 이벤트에 따라 가격이 휘둘린다. 연초 30달러선에서 내리기 시작한 우라늄은 3월 말 27달러선에서 상승 전환됐다. 지난 7월 32달러까지 오르며 양호한 흐름을 보이다가 해당 월 말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8월 중순 다시 30달러선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같은 변동성은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에서 원자력을 포함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나타났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애초 원자력은 친환경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회원국 이의제기로 재검토가 들어간 뒤 지난 7월 최종 포함될 거란 기대가 나왔다”며 “그러나 유럽 내 일부 기관이 ‘원자력 발전소를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고온의 물이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문제 제기를 한데다, 높은 수준의 원전 기술력이 있는 프랑스와 달리 일찌감치 재생에너지 노선을 탄 독일이 반대하면서 결과 발표가 연말로 또 밀렸다”고 말했다.
연초 대비 우라늄 가격 추이. (출처=트레이딩뷰)
SMR 개발 시 원전 영구적 사용 가능성도

결국 우라늄이 다시 시장에서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그 첫 관문은 친환경 판정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격 상승이 스프로트 펀드의 등장 때문인 줄 알면서도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양광은 햇빛이 있을 때만 생산이 가능한 등 재생에너지는 그리드 안정성 문제가 있다. 반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데다 효율성이 좋은 원자력은 탈탄소 시대로 가는 길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안전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최종 개발될 경우, 원전의 영구적 사용까지 가능하단 얘기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한국, 독일 등 신재생 효율이 높지 않은 국가들도 있고 전기를 많이 쓰는 전기차 수요도 더 늘 텐데, 지금 수준에선 석탄발전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만으론 이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시선은 원전에 쏠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린 알덴 애널리스트는 우라늄 가격의 등락 폭이 크지만,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상승 추세선을 만들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우라늄은 지난 9년 간 약세장 이후 2016년 후반에 최저 사이클을 기록하고 그 이후 4년 동안 더 높은 고점과 저점을 만들어 왔다”며 “우라늄은 생산 비용보다 낮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하므로 인내심 있는 투자자가 매수하기엔 더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17개 상품(Commodity) 가운데 우라늄을 알루미늄과 함께 우라늄이 가장 강세(bullish)를 보일 거라고 보았다. 짧은 기간으로 볼 때 2024년까지 파운드당 48.50달러로 오를 걸로 전망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요 증가가 가격을 더 높게 밀 것”이라고 전했다.
2011년 이후 우라늄 가격 추이. (출처=트레이딩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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