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년차' 구광모號…사업 재편으로 청사진 구체화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 적극 투자
수처리 등 비주력사업 과감히 정리
상장사 현금성 자산 증가세…상반기 17.8조원
M&A세미나 개최에 빅딜 준비 가능성도
오는 22일 사장단워크숍 메시지 주목
  • 등록 2020-09-20 오후 2:46:58

    수정 2020-09-20 오후 2:46:58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은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등 미래 신성장 사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면서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인 ‘선택과 집중’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본무→구광모’ 배턴이어받은 승부수

LG화학(051910)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키로 결정했다.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하면 12월 1일 배터리 사업 전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출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되고 지주사인 (주)LG의 손자회사가 된다.

LG화학은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더 큰 성장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IPO를 추진할 경우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배터리부문 분사 후 LG화학이 영위하고 있는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등 사업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로 유입된 대규모 자금으로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배터리사업 분사는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배턴을 이어받은 구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LG화학은 1995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뒤 부침을 겪었다. 특히 2005년 배터리사업에서 2000억원 가량 적자를 기록해 그룹 내부에서 사업 철수 의견까지 자왔지만 구 전 회장의 의지로 계속 사업을 이어왔다. 이후 배터리사업은 전 세계에 7곳의 생산공장(합작 포함)을 두는 미래 사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처음 흑자를 내는 등 수익을 내는데만 20여년이 걸렸다.

주력과 성장 위주로 그룹 사업 재편

구 회장은 주력과 성장 사업 위주로 그룹을 재편 중이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후 LG전자(066570)의 연료전지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고 수처리사업도 정리했다.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도 접었다.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도 스타트업에 팔았다.

반면 미래 성장을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첫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 강화 위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투자도 진행한다.

현재 LG그룹 계열 상장사의 보유 현금성 자산은 증가세다. LG그룹의 13개 상장사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금융기관예치금 등 현금 보유액(연결기준)은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7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약 14조1000억원보다 26%가량 늘었다. 이는 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실탄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특히 LG그룹은 최근 국경간거래(크로스보더) M&A세미나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LG그룹은 전 계열사 사내변호사들을 상대로 법무법인 변호사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2018년 헤드램프업체인 ZKW인수 후 1조원 이상 규모의 빅딜(Big Deal)을 다시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구 회장은 오는 22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을 주재한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권영수 부회장 등 30여명의 LG 사장단과 지속성장 가능성을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워크숍에서 경기침체 등 위기 속에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와 사업 체질 변화를 주문했다. 올해 워크숍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사업 분사 이후 열리는 사장단 워크숍인 만큼 구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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