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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어느덧 배럴당 70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는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미국 셰일오일이 원유 대체재 역할을 하는 만큼 6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며 큰 폭 상승하고 있다.
어느덧 70달러 넘은 국제유가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전거래일 대비 0.78% 상승한 배럴당 72.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거의 3년반 만의 최고치다. ‘심리적 저항선’을 뚫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0.47% 오른 배럴당 67.39달러에 마감했다. 이 역시 지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도 급등했다. 같은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두바이유 현물가는 0.60% 오른 69.04달러에 마감했다. 두바이유는 최근 4거래일 사이 4.34달러나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중동의 유가 지표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중동으로부터 80% 넘게(2016년 기준 85.9%) 들여온다.
시리아는 원유를 생산하기는 하지만, 그 양은 매우 미미하다. 시리아 자체만 보면 시장 영향력이 거의 없다.
다만 주목되는 것은 시리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 주요 산유국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비중이 36.0%로 가장 높았다. 이라크(13.6%)와 이란(11.7%)이 그뒤를 이었다. 세 나라만 합해도 60%가 넘는 것이다. 시리아 사태가 국제원유시장의 긴장도를 높이는 이유다.
한은 조사국은 최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에 따라 유가가 큰 폭의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70달러대, 기업 부담 될 수도”
문제는 우리나라다. 당초 전망을 넘는 유가 급등 자체가 ‘돌발악재’인 탓이다.
금융시장 인사들은 “레벨 자체로 봐도 60달러대는 산업계가 버틸만 하겠지만 70달러대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등 주요 기관들은 올해 유가 전망치(브렌트유)를 60달러 초중반대로 제시하고 있다. 산업계도 이를 근거로 경영 계획을 짰을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70달러를 훌쩍 넘는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물가가 단기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그것도 수요는 반등하지 않는 와중에 공급 충격이 밀어올리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악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