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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2004년 상원의원에 출마한 버락 오바마는 구글 본사를 처음으로 방문해 인터넷상에서의 검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눈으로 목격했다. 후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의 경험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고, 이후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인터넷 산업 보호에 앞장서게 된다.
이제 집권 2기 임기도 2년 남짓 남은 상황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실리콘밸리 사랑은 더 구체화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인사들을 행정부 요직에 기용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이 직접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강한 압박을 넣어 역대 가장 강력한 망 중립성 규제를 이끌어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지원했다.
실리콘밸리도 이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대선 등의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등은 한 해 3만5000달러 이상씩을 오바마 진영에 기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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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모바일 결제업체인 스퀘어는 드미트리오스 마란티스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구글은 앤드류 맥로린 전 백악관 부(副) 최고정보책임자(CTO)를, 구글과 트위터는 니콜 웡 전 백악관 부 CTO를 각각 고위 임원으로 영입했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IT와 친숙한 인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대선 캠페인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흔히 비교하곤 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공화당에 밀렸던 오바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활용해 지명도를 높이고 젊은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또한 크리스 휴즈 페이스북 공동 창업주 등을 선거 캠프에 중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구글 부회장을 지낸 메건 스미스를 백악관 신임 CTO로 임명했고, 스미스 현 CTO 직전 전임 CTO였던 포드 박 역시 실리콘밸리 출신 인사였다.
물론 지난해부터 불거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도감청 스캔들과 그에 따른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정보당국의 압박 등으로 인해 양측간 사이가 한동안 소원해지는 등 위기도 있었다. 구글과 드롭박스 등을 고객으로 둔 마빈 암모리 변호사는 “NSA 사건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은 실리콘밸리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