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느린, 그래서 닳지 않은 ‘울진의 숨은 매력’

걷다가… 먹다가…살짝, 사라지고 싶은 곳
  • 등록 2009-04-01 오전 10:50:57

    수정 2009-04-01 오전 10:50:57

[경향닷컴 제공] 주위 사람들에게 울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물어봤다.

① 50~60대 이상은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② 40대 이상 장년층은 원자력발전소 ③ 20~30대 젊은이들은 “거기 너무 멀지 않아….” ‘이미지가 곧 돈’인 요즘 세상에서 이 정도면 관광도시로는 ‘꽝’이다. 그럼, 실제로 울진의 관광자원은 특별한 게 없나?

덕구온천, 백암온천, 성류굴, 금강송림, 통고산휴양림, 불영사, 대게, 송이…. 자원도 많고, 먹거리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1968년에 일어났던 아득한 무장공비사건의 멍에가 울진에 씌어있는 것은 울진군 자체가 발벗고 나서서 홍보를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울진은 답답할 만큼 뒷북이다. 영덕이 대게축제를 하니, 우리도 대게 많이 난다고 해서 대게축제를 벌였다. 봉화가 송이축제를 하니까 울진도 “우리도 송이 많이 나니까 축제하겠다”며 송이축제를 한다. 남들보다 한 발 늦다. 이번 여행지는 영덕대게축제 끝나고 ‘울진대게국제축제’를 준비하는 울진이다. 한발 늦을지는 몰라도 닳고 닳은 관광지는 아니다.

△ 금강송 쭉쭉 ‘소광리 숲’과 대웅전 돌거북 눈길 ‘불영사’

한국에서 가장 잘 생기고 훤칠한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울진 소광리 금강송림.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쓰는 소나무를 기르던 곳으로 현재는 소나무 유전자림으로 보호되고 있다.
4월 말이나 5월 중순까지는 산불예방기간이다. 그래서 웬만한 산은 통제된다. 소광리 금강송림도 통제될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울진군과 현장을 지키는 숲해설사는 “괜찮다”고 했다. 인적사항만 확인하고 출입을 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이맘때 이런 울창한 숲에 가는 것은 축복이다. 소광리 금강송림은 걷기 좋은 길이다. 일단 입구의 계곡부터 좋다. 물줄기는 여위었지만 계곡은 맑다. 이런 좁은 흙길을 승용차로 8㎞ 이상 들어가면 소광리 금강송림이 나타난다.

숲에는 국내에서 가장 잘 생긴 소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다. 소광리는 조선시대에 왕실의 장례에 쓸 관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를 길렀던 산이다. 일반인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입구에 황장봉산표지석을 세웠다. 황장(黃腸)이라는 것은 속이 노란색을 띠는 나무다. 소나무를 잘라 놓은 단면을 보니 속이 노란 정도가 아니라 붉다. 금강송림을 찾을 때는 먼저 소나무에 대해 알아두는 게 편하다. 금강송이란 이름에 대해 숲해설사 김원동씨는 “금강산자락에서 넘어온 소나무들이기 때문에” 금강송이라고 했지만 원래는 금강처럼 단단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나이테가 촘촘하다. 나무 기둥이 붉은빛을 띠어 적송이라고도 불린다.

트레킹 코스는 임도를 따라 이어져있다. 주변에 활엽수는 거의 없고 소나무뿐이다. 사실 숲에서 소나무와 활엽수가 경쟁하면 활엽수가 이긴다. 극상림은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림이다. 이곳은 금강송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숲이다보니 활엽수를 제거한다.

금강송은 기둥아래 부분에 가지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소나무가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햇볕이다. 이 때문에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옆으로 퍼져서 가지를 만들지 않고 위로 영양분을 올려준다. 그래서 키가 크다. 소광리 일대 690만평에는 이렇게 잘 생긴 소나무가 1480만그루나 된다.

인근에 불영사가 있다. 불영사는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비구 사찰이었는데 지금은 비구니 사찰로 바뀌었다. 불영사는 크지 않다. 들어가는 길도 험하지 않다. 오솔길을 따라 20분 정도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막상 불영사에 들어와보면 첩첩산중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방팔방이 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불영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딱 두 개다. 하나는 대웅보전 아래있는 거북상, 다른 하나는 연못. 돌거북이 대웅전을 이고 가듯이 대웅전아래 돌거북이 박혀있다. 왜? “원래 이 주변이 화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불이 자주 났답니다. 그래서 거북이를 박아놓은 것 같아요.” 연못엔 뭐가 있나? 연못에선 저쪽 산자락의 바윗돌이 마치 부처상 모양으로 비친다고 한다. 불영(佛影)이란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원조는 우리” 큰소리 치는 ‘울진 대게’

영덕과 울진은 대게 얘기만 나오면 앙앙불락이다. 영덕은 대게원조가 영덕이라고 주장해왔고, 울진은 대게 어획량 1위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울진군은 위판량을 보면 대게의 고향이 어딘 줄 알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고, 영덕군은 단골소비자가 많아 어부들이 직접 잡은 대게를 곧바로 택배로 보내거나 식당으로 가져가니 위판량은 적어도 소비량은 많다고 반박한다.

그나저나 영덕 대게와 울진 대게는 다른가? 답은 “같다”이다. 사실 그 바다가 그 바다이다. 고려 때는 울진지방이 예주, 즉 지금의 영해(영덕군 영해면)에 속해 있었다. 게들이 울진과 영덕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놓고 사는 것도 아니며 울진 어부에게 잡히면 울진 대게, 영덕 어부에게 잡히면 영덕 대게가 되는 것이다. 축제기간 동안 상인들이 영덕과 울진을 오가며 서로 게를 사오기도 한다. 맛의 차이가 없다면, 어차피 같은 바다에서 나오는 게라면 영덕과 울진의 게싸움은 소비자인 여행자에겐 별 상관없는 일이다. 대게시즌은 원래 11월부터 5월 말까지다. (울진은 12월부터 잡는다.) 6월부터는 금어기. 11월은 아직 살이 차지 않은 게들이 많다. 탈각을 한 지 얼마 안돼 껍데기가 무른 것도 잡힌다. 게는 언제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 옛날엔 정월보름이 지난 게들은 다 좋다고 했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년 동안 게를 팔아온 안수근씨는 “요즘 수온이 2~3도 높아 게가 살이 꽉 차지는 않는 것 같다”며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고 했다.

그럼 언제가 가장 싼가? 그것도 딱히 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날 그날 시세에 따라 다르다. 오늘 파도가 높아 출어하지 못하면 내일 게값은 올라간다. 축제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싼 것은 아니다. 다만 물량확보를 많이 해놓아 아무래도 가격은 안정적일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대답이다. (매년 게 수확량이 줄기 때문에 게값이 조금씩 오른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울진까지 가면 게는 먹고 와야 한다. 일단 여행자들이 알아둬야 할 것은 ‘맛있는 게’ 고르는 법이다. 안씨는 “등이 검고, 배가 노랄수록 살이 차있다. 등이 노랗고 배가 희면 안좋다”고 했다. 울진군청 자료에는 배가 단단한 것, 집게다리가 잘 움직이는 것, 몸에 비해 다리가 긴 것, 다리가 붉은 것이 좋다고 쓰여있다. 삶은 대게는 무거운 것을 고르는 게 노하우란다.

참고로 다리 떨어진 대게는 싸게 살 수 있을까? 경매시에는 다리 하나 떨어진 것은 완전한 것으로 쳐준다. 꼬리 떼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대게도 그물에 걸리면 다리를 떼내기도 한다. 떨어진 다리는 다음해에 다시 난다. 두 개 이상 떨어지면 정품대접을 못받으니 조금 싸게 살 수 있다.

◇ 길잡이

*울진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빠른 길은 중앙고속도로 영주IC~36번국도를 타고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가는 방법과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국도~울진이다. 봉화를 거쳐 가는 길이 경관은 좋으나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조심운전을 해야 한다. 가는 길에 불영사와 소광리 금강송림이 보인다. 금강송림(054)781-0353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떠난다. (02)446-8000 울진택시투어(054)783-4000

*대게축제가 4월3일부터 5일까지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열린다. 대게 무료시식, 100m 김밥만들기, 대게먹기대회,

선상해맞이체험, 대게잡기체험, 넙치방류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대게축제위(054)789-6852 www.uljin.go.kr

*자녀와 함께 가려면 민물고기 생태체험관을 꼭 들러보자. 겉보기엔 허름하지만 다양한 어종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의 수족관에서 볼 수 없는 우리 민물고기가 대부분 있다.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매주 월요일은 휴관. (054)783-9413~4

*후포항 인근 동심식당의 전복죽이 추천할 만하다. 전복죽이 매콤하고 칼칼하다.

카드는 안받는다. 1만2000원. (054)788-2588, 787-6747

*온천은 꼭 하고 오자. 덕구온천(054-782-0672)과 백암온천(054-789-5480) 모두 수질이 좋다.

수도권의 4월, 꽃대궐로 오세요

4월 초면 수도권에서 꽃이 핀다. 관련상품도 많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만개하는 시기는 4월10일 전후. 한화63시티도 4일부터 19일까지 벚꽃축제를 연다. 63스카이아트의 ‘꽃밭에서展’, ‘63계단오르기 대회’, ‘63벚꽃미팅’, ‘러브패키지 모델 선발 대회’ 등도 열린다. 63뷔페 파빌리온에선 가격을 낮춘 ‘디저트 뷔페’를, 일식당 와꼬는 테이크아웃 도시락 ‘해피 박스’를 선보인다. 뮤지컬 쇼는 여성 두 명이 예약하면 20%를 할인해 주는 ‘누나티켓’도 나와있다. ‘계단오르기 대회’는 선착순 1000명. 2만원. www.63.co.kr (02)325-6311

아차산자락에선 여의도보다 1주일쯤 늦은 4월 중순 벚꽃이 핀다. 워커힐은 3일부터 5월31일까지 꽃축제를 연다. 숲 속 산책로에 라일락, 은방울꽃, 설유화 등 꽃나무 5000여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꽃축제에 맞춰 꼬치 오뎅, 오코노미야키, 꼬치구이 같은 이자카야 메뉴도 준비했다. 와인페어도 열어 최고 60%까지 할인해 판다. 미니 재즈 콘서트, 배우 지진희 사진전, 봄꽃그리기 대회도 이어진다.

이천 백사 산수유축제도 4월3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0회째. 백사면 도립리, 송말리 일대에 약 1만2000여그루의 산수유 군락이 조성되어 있다. 전통혼례, 산수유 비누만들기 등 산수유꽃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30분 거리인 곤지암리조트는 스파, 식사를 묶은 객실패키지를 출시했다. (02)3777-2100(ARS 1번)

▶ 관련기사 ◀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땅, 무궁화의 고장 홍천
☞섬진강을 가슴에 담고 즐기는 자전거 여행
☞진해 군항제 들러 대금산 진달래 볼까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金’ 현대가 며느리
  • 홍명보 바라보는 박주호
  • 있지의 가을
  • 쯔위, 잘룩 허리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