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동차 평론가가 새 자동차를 시승하고 나서 남긴 말입니다. 흔히 빠르다고 하는 자동차는 많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오직 하나 뿐입니다. 부가티의 슈퍼카 `베이론`은 `빠르다`는 의미를 알려주는 바로 그 자동차 입니다.
얼마전에 소개를 했듯이 공인기록상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스웨덴의 코닉세그 CCR이다. 지난 2월 시속 387.87 킬로미터의 속도를 내면서 맥라렌 F1이 1998년부터 갖고 있던 종전의 공식 세계 최고속도인 시속 386.4 킬로미터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조만간 깨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속 400 킬로미터의 벽을 허물겠다고 등장한 자동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 차가 바로 부가티의 EB 16-4 베이론이다.
`부가티`는 1909년 프랑스에서 창업해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그랑프리 경주용 자동차와 고급 세단을 생산하다가 창업자의 사망으로 세상에서 사라졌던 브랜드다.
1980년 중반 이탈리아에서 다시 부가티라는 이름을 부활시켰지만 경영난을 겪다가 1999년 폭스바겐에 인수됐다.
사실상 새로 부활한 부가티의 첫 작품인 베이론은 1931년 부가티를 몰고 우승 경력을 쌓던 카레이서 피에르 베이론의 이름을 땄다.
폭스바겐이 1999년 도쿄 모터쇼에서 부가티 EB 18-4 베이론이라는 이름의 컨셉카를 발표했고, 이를 양산차로 전환한 것이 바로 EB 16-4 베이론이다. 당시 컨셉카에 얹었던 18기통 엔진을 16기통 쿼드(V16X4) 터보 엔진으로 바꾸면서 모델명에도 변화가 생겼다.
베이론의 제원상 최고속도는 407 킬로미터다. 특수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으로써 시속 400킬로미터의 벽을 깬 것은 인류 역사상 베이론이 처음이다. 실제 주행속도로 400킬로미터를 돌파했다는 공식기록은 아직 받지 못했지만, 조만간 세계 최고 속도의 자동차로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베이론의 엔진은 부하가 걸린 상태에서의 실제 출력을 의미하는 제동마력(bhp)을 기준으로 무려 1000마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한다. 자동차 평가 사이트인 포카 채널포(4Car Channel4)의 사막 주행테스트에서는 987 마력의 힘을 발휘했다. 당시 온도가 섭씨 40도에 달해 터보에 산소공급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출력이 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 폭스바겐측의 주장이다. 상온인 섭씨 20도에서는 최대 출력이 1035마력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엔진에 전자 속도제한 장치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최고시속 407킬로미터는 엔진의 힘을 최대로 발휘한 속도가 아니라 안전 때문에 제한을 둔 속도라는 것이다. 현재 그 이상의 속도를 견뎌낼 수 있는 타이어가 없어서 이런 속도제한 장치를 달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베이론의 진짜 최고속도는 아무도 모른다.
이 `괴물`의 심장은 폭스바겐의 파사트 엔진과 아주 유사하다.
파사트 엔진 2개를 합치고 여기에 미쓰비시 터보 차저 4개를 창작해 출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엔진과 트랜스 미션을 식히기 위해서 다른 자동차는 1개 밖에 장착하지 않는 라디에이터를 무려 10개나 달고 있다.
이 같은 `괴물` 엔진을 제어하는 트랜스미션으로는 컴퓨터가 변속과 클러치 동작을 제어해 0.2초 이내에 변속이 이뤄지는 듀얼클러치 시스템을 채용했다. 또 1000마력의 파워 때문에 차체가 돌아버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풀 타임 4륜 구동방식이 적용됐다. 또 카본 세라믹 재료로 제작된 브레이크는 시속 400 킬로미터의 고속에서도 10초 이내에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다. 타이어는 지금 껏 도로 주행용으로 제작된 제품으로는 가장 두껍다는 미쉐린 PAX 런 플랫 타이어를 달았다.
세금을 제외한 차량 가격만 120만 달러에 이르는 고급 스포츠 카답게 인테리어도 최고급이다. 실내에 플라스틱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가죽과 알루미늄 뿐이다.
연간 생산계획도 50대에 불과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꿈속의 자동차`이기는 하지만 단점도 없지 않다.
우선 무겁다. 맥라렌 F1이 1200 킬로그램도 안나가는 반면 베이론은 공차중량이 1888킬로그램이고, 주유를 한 상태에서는 1950 킬로그램이다. 사람이 승차하면 2톤이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시내 주행시 연비가 리터당 4.3 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좁은 도로에서 몰기에는 차량의 폭이 다소 넓게 설계됐고, 차량의 코너와 어깨 너머쪽의 시야가 막혀 있어 혼잡한 시내 주행이나 좁은 구역에 주차를 할 때의 편의성은 크게 떨어진다.
엔진이 뒤에 장착돼 트렁크가 앞면에 설치돼 있지만 작은 가방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적재능력이 형편없다.
차에 올라 타기도 쉽지 않은 구조라 등뒤로 몸을 밀어넣은 뒤 떨어져 앉아야 한다. 요즘은 2만 달러 짜리 차에도 다 달려 있는 좌석 및 운전대 자동조절 장치도 없다. 좌석과 운전대 높낮이를 손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베이론은 최강의 힘과 속도로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 자동차임에 틀림없지만, 일상 생활속에서 추구하는 실용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야 애초부터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말 그대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자동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