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중국 국영방송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 현장의 ‘노 마스크’ 관중석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중계 화면을 ‘조작’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대다수 국가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돌입했으나 중국은 여전히 엄격한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고 있다.
| 29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치러진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칼 대 우루과이 경기 중계 화면 비교. 왼쪽은 미국 FOX TV, 오른쪽은 중국 CCTV. (캡처=웨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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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관영 중앙(CC)TV 방송은 최근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석을 보여주는 대신 선수와 코치에 초점을 맞추거나 개개인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운 원거리 장면을 내보냈다. WSJ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따르는 중국의 삶이 다른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봉쇄와 핵산(PCR) 검사가 반복되는 중국 본토인들의 일상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축구 팬들도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에 ‘CCTV 월드컵 중계 마스크 안 쓴 관중석 자르기’라는 해시태그로 이를 지적하고 있다. 이날 카타르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브라질 대 스위스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봤다는 한 웨이보 사용자는 “‘관중석 편집’은 헛소문인줄 알았다”면서 “실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카세미루가 골을 넣었음에도 관중석 화면이 거의 나오지 않고 모든 장면이 코치석을 향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는 글을 남겼다. 이밖에도 CCTV 중계 화면에서 관중석 클로즈업 화면이 사라지고 뜬금없이 풍경 화면이 나온다는 글이나 비교 영상을 웨이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석 화면이 CCTV 방송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줄었다고 WSJ은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미디어 권리 라이선스 목록에 따르면 CCTV는 중국에서 TV, 라디오 및 모바일 장치에서 경기를 중계할 수 있는 공식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WSJ은 중국 스포츠 산업 분석가 마크 드라이어를 인용해 CCTV는 실시간 생중계를 30초 지연해서 내보내기 때문에 중국 법규 등에 어긋나는 장면이나 이미지를 대체 카메라의 영상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일부 유럽 방송국들이 축구 경기를 내보내면서 인위적인 관중 소음을 추가하고 빈 관중석 중계를 의도적으로 피했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드라이어는 말했다.
WSJ은 “중국 국영 방송은 중국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해외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의 생중계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면서 “카메라가 주최자, 운동 선수 및 청중이 중국 정부의 이념과 모순되거나 반대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