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술방, 청소년 음주 조장 ‘우려’

모방심리 자극해 ‘음주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 등록 2022-08-26 오전 10:07:02

    수정 2022-08-26 오전 10:07:0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술방(술 마시는 방송을 이르는 말)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내는 요즘, 술방 등은 대리만족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성인은 물론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음주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라 하고 싶은 ‘모방학습’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17개 시·도 20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남녀 1,05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디어 속 음주장면에 자주 노출될수록 ‘긍정적 음주기대’와 음주동기가 증가하고, 음주문제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는 방송에서 과장된 행동과 비속어 사용 등의 문제는 다량의 알코올 섭취로 인해 중추신경계의 통제 기능이 억제되어 평소 잘 조절되던 여러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돼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라며 “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기에 음주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주류광고, 술방 등의 시청은 자칫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문제점을 손꼽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실시한 영상물 등급분류 인지도 및 청소년 영상물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청소년 영상물 시청 시간은 무려 하루 평균 약 5시간(294.6분)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6개월 내 유해 동영상 시청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 청소년의 54.3%가 ‘본 적 있음’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술은 어떤 악영향을 가져올까? 술은 위, 췌장, 간, 심장, 혈관, 뇌, 신경조직 등 인체 거의 모든 조직에 대부분 피해를 끼친다. 더군다나 청소년은 신체 조직들이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알코올로 인한 조직 파괴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한다.

특히 실제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술을 자주 접하게 되면 기억 또는 사고 능력의 저하를 가져와 학습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청소년기에 다량의 술을 마시게 되면 공격적인 성향이 자리 잡아 각종 비행이나 대인관계 문제, 성폭력 등 범죄 행위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

전용준 원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청소년의 영상물 시청 시간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서 유해 영상물에 노출되는 빈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라며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다시피 하는 술방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보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이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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