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재고로 취급받았던 술이 ‘금주(金酒)’가 됐다. 참나무(오크·oak)통에서 묵혀 있던 술(증류식 소주)이 18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연산(숙성연도)을 붙인 이름이 ‘일품진로 18년산’이다.
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 18년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원액의 수급 조절을 위해 1년에 6000병만 한정 생산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고 음식점에서만 납품 중이다.
하이트진로에서 생산한 일품진로 18년산.(사진=강신우 기자)
일품진로 18년산(알코올 31%·375㎖), 과연 무슨 맛이기에 술 마니아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소장하려는 이들도 있다.
술은 취하려고 먹는 ‘알코올에 물을 탄 것’쯤으로 평소 여겨왔다. 그런데 일품진로 18년산은 소주지만 소주가 아니다. 일반적인 소주는 희석식으로 제조하지만 일품진로는 증류식 소주다. 증류 한 소주를 오크통에 넣고 장기간 숙성한 술이어서 일반 소주 맛과 확실히 다르다. 그렇다고 일반 증류식 소주 맛도 아닌 것이 오묘하다.
먼저 술의 빛깔을 보면 연한 황금빛을 띤다. 보통 오크통에서 숙성한 술에서 나오는 색인데 진하지는 않다. 일품진로 18년산이 들어 있던 오크통은 미국에서 수입한 통으로 버번(Bourbon) 위스키를 한 번 담았던 목통이다.
일품진로 18년산을 온더록 잔에 담으면 황금빛을 띤다.(사진=강신우 기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통에 담아 숙성한 술은 떫은맛이 강하다. 마치 녹차 티를 한 번 우려낸 후 바로 마셨을 때 떫고 쓴맛을 느끼는 것과 같다. 한 번 사용한 중고 오크통에서 술을 숙성하면 떫은맛을 없앨 수 있고 좀 더 부드러운 맛과 향을 낼 수 있다.
스트레이트 잔과 온더록 잔에 각각 넣어 마셔봤다. 바로 마시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웠다. 한 잔만 마셨는데도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알코올 도수가 31도이기 때문에 얼음을 채운 온더록 잔에 담아 희석시켜 마시면 깔끔하게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일품진로 18년산은 한 번에 다 마시지 말고 하루 이틀 정도 있다가 마시면 좀 더 풍부하고 바닐라향이 혀 전체를 감싸는 듯한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