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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패를 하듯 카카오도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카카오의 첫 이름은 아이위랩이었다. 당시에는 참여, 공유, 개방을 화두로 한 ‘웹2.0’이 유행이었다. 카카오도 이에 맞는 소셜 북마킹 서비스 ‘부루닷컴’을 만들었다. 친구들이 즐겨찾기한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부루닷컴이 잘 될 거라고 보고 미국지사부터 설립했지만 행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과욕이었다.
그 다음 서비스가 ‘위지아닷컴’이었다.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서비스였지만 실패로 귀결됐다. 이 대표는 “우리 생각에는 획기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에 관심이 없었다”며 “우리가 놓쳤던 것이 바로 ‘타이밍’과 ‘이용자 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3년 동안 헛발질을 하고 미국진출도 실패했지만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이 대표는 “카카오는 미국에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정보기술(IT)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경험했다”며 “스마트폰은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올 때 카카오는 그동안의 서비스를 접고 모바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전에 개발했던 프로그래밍 코드를 모두 버리고 회사방향을 완전히 틀어야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대신 사용성이 높은 킬러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였다. 이용자들이 통신기기인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많이 사용할 서비스가 ‘소통’이라는 걸 간판할 것이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국내에는 ‘엠앤톡’이라는 또 다른 모바일메신저가 한달 먼저 나왔다. 카카오톡이 엠앤톡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대용량 정보를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고급엔지니어 덕분이었다. 카카오에는 엔씨소프트나 NHN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다뤄본 기술자가 있었다. 이 대표는 “이용자가 400만~500만 명을 넘으면서 카카오가 치고 나갔다”며 “메시징 앱은 만들기는 쉽지만 하루에 52억 건의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고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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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작가 지망생이 집에서도 모바일을 통해 책을 출판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는 말을 종종 이 대표에게 건넸다. 디지털콘텐츠 유통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여기서 시작됐다. 무료로 인식되는 디지털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서 콘텐츠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다. 또 카카오의 게임플랫폼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카카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 이용자수는 6월에 33만명에 불과할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개발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카카오 저작툴이 걸림돌이었다. 이 대표는 “이미 나와 있는 좋은 콘텐츠를 카카오페이지 툴에 맞게 재가공하는 절차가 창작자 입장에선 번거롭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지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소셜을 잘 활용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이미 무료 콘텐츠 이용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이용자 등 카카오페이지의 부진 이유는 많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기준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된 벤처회사가 굳이 이러한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카카오페이지를 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9월에 새로 개편된 버전을 선보일 것”이라며 일축했다. 소셜기능을 활용한 확산 장치를 늘리고 결제방식도 다운로드 당 결제가 아니라 이용권 개념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벤처회사만의 해외전략 구상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대다수를 회원으로 확보한 카카오는 다시 해외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왓츠앱, 중국에는 ‘위챗’ 등 이미 해외에는 많은 모바일메신저가 있다. 모바일메신저가 자리 잡지 않은 국가에서는 네이버의 ‘라인’과 경쟁해야 한다. 카카오는 아직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할 처지가 아니다. 때문에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외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어렵기는 하겠지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현지사정을 잘 아는 해외업체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일본에서는 야후재팬과 손을 잡고 지난 6월에는 말레이시아 SNS업체인 프렌스터와 제휴를 맺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 시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오프라인 서비스가 웹으로 오는데 5년이 걸렸지만 웹에서 모바일로 오는 속도는 더 빠르다”며 “특히 사람들은 24시간 모바일을 손에서 놓지 않기 때문에 웹에서 하지 못했던 일도 모바일로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