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당시에는 생소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의 2위 서브프라임모기지업체인 뉴센츄리파이낸셜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미국의 경우 당시 경제에 잘 돌아가고 있었기에 작은 사건으로 무시되었고,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단어조차 낯선 우리로서는 더더욱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물론 월가에서도 무시되었다.
그런데 그 해 8월 9일,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BNP파리바가 3개 ABS펀드에 대해 환매를 중단한 것이다. 모기지업체의 대출채권을 바탕으로한 파생상품이 드디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병원균이 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하며 염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세계 주식시장은 며칠 간 큰 폭 하락하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반복되는 증시 특유의 낙관론은 그 때도 다르지 않았다. 낙관론이 퍼지며 금새 주식시장은 회복하기 시작했고, 9월에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것은 암으로 비유하면 2기 정도였다. 드디어 9월에는 터질 것이 터져버렸다. 그린스펀 전FRB의장의 표현대로 “50년,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대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것이다. 이미 상당히 지쳐있던 전세계 주식시장은 폭락하며 대혼란에 빠졌다. 다우지수는 올 3월에 6천대까지 밀렸고, 코스피도 1천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은 디폴트의 위기까지도 겪었고…
돌이켜보면 위기의 조짐이 나타났음에도 1년 혹은 1년 반이 지나 문제가 생기니 난리가 났었다. 초기에는 물론 늘 그래왔듯 특유의 낙관론으로 애써 무시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위기가 끝났나?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특유의 낙관론으로 더블딥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과연 그럴까? 지난 9월말, 세계 3위 컨테이너선사인 프랑스 CMA-CGM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다는 뉴스가 날아들자 우리나라 조선주들이 출렁거렸다. 10월 26일에는 미국 최대 상업용 모기지업체인 캡마크 파이낸셜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그리고 11월 1일에는 중소기업 대출업체로 미국내 20위권 은행인 CIT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규모의 파산이다.
작년과 같은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경제가 위기를 겪으며 더욱 강건해지기를 또한 간절히 소망한다. 하지만 역사가 반복되어왔다는 사실에 걱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반복되지 않으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겠지만 대비해서 나쁠 것이 없다. 적어도 주식투자자로서 작년과 같은 일을 또 겪는다면 이것은 스스로에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항성 머릿 속에 담아두고 내년에는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는 것이 안전하겠다.
(하태민 ㈜아크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