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몸을 담은지 20여년을 넘으면서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는 상황을 여러차례 목격했다. 지금의 시장상황은 1997년 환란이 발생했던 시기를 연상시키지만 국내상황만 놓고 보면 보유외환이나 기업건전성 등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체질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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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관계없이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난 몇 년간 간접투자시장을 선택한 투자자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서는 업계관계자로서 송구한 마음이다.
금융시장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시장의 위기는 대부분 탐욕이 과해지면서 위기가 나타나고 그 상황에 대한 공포가 일정시간 지속되면 위기에서 벗어나 시장이 살아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에서의 공포반응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를 돌이켜보자. 미국 주식시장은 대공황의 재연에 대한 공포로 하루만에 무려 22%나 폭락했다.
1990년대후반 IT버블때는 너도 나도 `닷컴`이나 `테크`란 이름이 들어간 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탐욕이 시장을 지배했고 기술을 이해하기도 힘든 벤처기업의 주가가 치솟듯이 올라갔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주식이 다시 휴지조각처럼 헐값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탐욕은 이내 슬픔과 공포로 바뀌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불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도 지나친 과욕에서 시작된 일이다. 자산이라고 이름붙은 것을 모조리 증권화해서 돈을 벌려는 움직임은 결국 빚을 거래하는 파생상품까지 만들어냈고 여기에 2차, 3차 파생상품까지 유통되면서 증권화된 상품이 돌고 도는 과정에서 커다란 재앙이 잉태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장분위기에 따라서 투자를 하면 후행투자가 되고 실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올라 모두가 즐거워할 때 투자를 시작하고 주가가 떨어져 바닥이 안보인다 싶을 때 팔아 손해를 보는 후행적 투자를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탐욕과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투자자가 자신의 의지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투자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투자를 결정할 때 탐욕과 공포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성공하는 사례를 보기는 힘들다.
또 자신의 형편에 비해 큰 돈을 투자할 경우에도 주가의 등락에 따라 감정적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기 위해 적립식으로 매월 꾸준히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공포의 대표적 순간이었던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 때를 보자. 모두들 팔지 못해서 아우성이었던 그 시기에 만약 주식인덱스상품에 투자해서 인내하면서 10년을 유지했다면 투자수익률은 무려 305%에 달하게 된다. 또 2001년 9.11테러 직후에 투자했다면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16%이지만 6년을 기다린 후에는 53%의 수익을 쥘 수 있었다.
최근에 수익률이 악화됐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펀드인 마젤란펀드는 1977년부터 13년간 2700%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마젤란펀드에 투자한 투자자가운데 실제로 이 같은 수익률을 누린 투자자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유는 13년간 투자한 투자자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시장의 정서에 휘둘리지 않고 인내심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 사례들은 보여주고 있다.
고령화로 길어진 노후를 이자로 생활하는 시대가 지났을 때 대안은 결국 간접투자가 될 것이다. 20년후, 30년후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투자자층이 크게 늘어나서 우리나라 펀드투자 문화가 자본시장의 발전을 견인할 정도로 성숙해지기를 기대해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