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비행기가 멈출때까지 활주로에서도 엔진 4개를 모두 돌렸지만 원가절감을 위해 고민을 하다 이런 방식을 택했다.
항공사의 원가 중에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가량으로 항공업계에서는 '항공유 절약'과 '원가절감'은 사실상 같은 단어다.
사례2=항공사들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은 자가운전자들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하는 일들과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비행기 엔진 내부를 주기적으로 물청소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엔진 내부 오염 물질을 잘 닦아내기만 해도 연료 효율성을 0.5%포인트 향상된다는 것. 티끌 모아 태산이다.
사례3=비행기를 가볍게 하면 기름이 덜 먹힌다. 승객들의 수하물 무게도 계속 줄였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23kg에서 20kg으로, 제주항공은 10kg에서 5kg으로 낮췄다. 그러다 승객들이 마시는 물에도 '칼'을 댔다. 비행을 마치고 남는 물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 대한항공은 비행시간과 승객 수, 물 사용량을 수백번 입력하고 분석한 끝에 최적화된 탑재용수의 양을 찾는 데 성공했다.
사례4=장거리 운항노선이 많은 편인 캐세이퍼시픽의 보잉747 화물기는 조종실 부분과 꼬리 날개 부분, 동체의 회사명과 로고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페인트 칠을 모두 벗겨냈다. 이른바 '누드 화물기'다. 조종실과 꼬리부분 도색도 벗겨내려고 했으나 대머리 독수리 같은 모양이 되는 바람에 참았다. 이렇게 벗겨낸 페인트의 무게는 약 200kg. 성인 남자 승객 3명분의 무게에 불과하지만 1년동안 비행기 한 대당 약 2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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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가절감은 기업의 일상.."원가절감노력 아닌 게 없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원가절감'이라는 활동이 독특한 아이디어 경연대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 원가절감은 늘 마시는 공기처럼 일상적인 일이다. 어느 것 하나도 원가절감과 연결되지 않는 게 없다.
기업들이 원가절감에 왜 그토록 매달리는 지는 간단한 수치로도 쉽게 이해된다. 이익률이 5%인 제조업체를 가정할 때 제조원가의 10% 절감은 이익이 3배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100억원 매출에 95억원이 원가, 5억원이 이익인 회사가 원가를 10% 줄여 85억원으로 낮춘다면 이익은 15억원이 된다.)
제조원가의 70%가 재료비라면 재료비의 15%만 절약해도 이익이 3배 늘어난다. 만약 이 회사의 매출이 30% 감소하더라도 재료비의 21%를 줄일 수 있다면 같은 수준의 이익이 유지된다. 바꿔 말하면 매출이 30% 줄었다면 재료비를 21% 줄여야 종업원들도 같은 월급을 받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원가에 이윤을 더해서 판매가격을 결정했다. 얼마나 받아야 되는지를 제조업체가 결정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는 시장에서 이미 결정한다. 얼마의 이윤을 남겨야 기업이 생존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지도 정해져있다. 그렇다면 원가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 원가에 맞출 수 있느냐 아니냐만 남았을 뿐이다.
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해서 각계에 로비를 하는 것도 정상적인 코스를 밟는 것과 비교할 때 사업추진비용이나 문제해결비용이 더 적게 들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유니폼을 새로 맞춰주는 것도 원가절감 노력 가운데 하나다. 사무실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사기 진작과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체 임원은 "원가절감 방안을 제출하라고 하면 늘 빠지지 않는 게 이면지를 활용하자는 것인데 진부해보이는 이런 방안들이 매번 나오는 이유는 고민의 깊이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쥐어 짤만한 것은 대부분 짜내서 이제 남은 게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원가절감 노력이 일상적이고 늘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관건은 원가절감의 지속성이다. 원가절감 그 이후의 상황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격이 되기 십상이다.
◇ 지속형 원가절감이 관건..부작용 두루 살펴야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한 유명 외식업체는 수년간 갈비살이나 사태살로 스테이크를 만드는 요리법을 개발해왔다. 등심이나 T본의 고기 가격이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데 음식값을 그때마다 올리고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심끝에 비슷한 맛을 내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정통 스테이크의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날까봐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면 수요가 그 쪽으로 몰리면서 이런 지침이 현장상황과 맞지 않는 것도 이유지만, '15분쯤 걸리는 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으로 쉽게 다른 상품으로 고객 수요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는 만큼 영업점의 손실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 고객수요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재고를 줄이려는 본사의 노력과 재고에 맞춰서 수요를 돌리려는 현장의 시도가 충돌하는 셈이다.
원가절감의 절박함은 종종 이른바 '갑을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들에게 출혈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업들의 원가절감 사례를 보다 현실적으로 들여다보면 신문에 등장하는 사례들처럼 늘 아름답고 자기희생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제 살 깎기'보다 '남의 살 깎기'가 훨씬 손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의 살을 사다가 껍질만 제 살을 붙여 파는 사업구조상 깎아낼 '제 살'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외홍보용 원가절감 사례와 대내열람용 원가절감 사례가 다른 것도 그런 까닭이다. 문제는 후려치기의 노하우다.
원가절감(Cost Reduction)을 현장에서는 줄여서 'CR'이라고 부르는데, 국내 굴지의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CR했다'고 해야 될 것을 늘상 'CR먹었다' 또는 'CR당했다' 'CR까졌다'고 표현한다. '이번에 20억 CR 당했다' '7% CR까졌다'는 식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임금을 올리면 초과이윤이 생긴 걸로 간주하고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낮춘다. 협의도 없다. '몇% 낮추기로 합니다'하는 팩스 한장 보내고 끝이다. CR당했다고 말할 만하지 않나"고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로 최저가 응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 후에도 낙찰자를 상대로 추가로 개별협상을 벌여 가격을 더욱 낮추거나 계약예정자의 원가산정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겨 경쟁을 부추기면서 추가 가격삭감을 요구하는 것,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만 물량을 주문하면서 납품가 인하 요구를 따라오는 정도에 맞춰 물량을 조절하는 것 등은 법으로는 '불공정 거래'지만 업계에서는 흔한 '원가절감 노하우'일 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에게 납품원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라면서도 "도요타는 목표 삭감액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협력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협력업체들만 가슴앓이를 한다"고 꼬집었다.
도요타가 제시한 원가절감 시도가 실패하는 5가지 유형은 좋은 교훈이 된다. ▲인건비 절감만을 위한 해외진출이나 아웃소싱 ▲다른 회사의 좋은점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일 ▲ 해고를 통한 인원감축 ▲ 자동설비 투자에 의존하는 방식 ▲ 하청업체에 대한 무리한 절감요구 등이다.
도요타는 "납기가 늦어지는 문제를 자꾸 다그치면 불필요하게 빨리 만들게 되고 그러다보면 품질에 소홀해질 뿐 아니라 재료비를 불필요하게 먼저 사용하는 낭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원가절감 시도가 실패했다고 예전 상태로 되돌리지는 말라는 지적도 한다. 개선노력의 실패가 옛 방식의 우수성을 반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원가절감에서 늘 염두에 둬야 할 말은 '과유불급'이라는 게 원가전쟁의 신(神)으로 불리는 도요타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