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좌동욱기자]
"왜 올림픽 오륜기를 차에 달고 있나요" 작년 한성자동차에서 아우디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수입자동차업계 대부인 손을래 회장은 아직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쓴웃음을 짓는다고 한다.
그만큼 언뜻 보면 올림픽 오륜기와 흡사한 아우디 브랜드의 국내 인지도가 척박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벤츠, BMW와 더불어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가 아우디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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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보쉬 아우디코리아 사장(39)은 "올해 판매목표를 2000대로 잡았고, 향후 3년내 5000대로 확대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아우디 브랜드를 BMW, 벤츠와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콰트로 출범 25주년 기념 시승행사에서 만난 보쉬 사장은 젊은 만큼 패기와 자신감이 대단했다.
아우디코리아의 작년 신차 등록대수는 806대. 취임 2년째인 올해에 작년의 두배가 넘는 차를 팔겠다는 말이다.
이같은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공격적인 세(勢)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중에 서울 지역에서만 3개 전시장과 4개 서비스 센터의 문을 열 계획이다. 출범 1년도 되기 전에 전시장 수와 서비스 센터 수를 각각 2배씩 늘리겠다는 것.
보쉬 사장은 "딜러가 많을 수록 판매대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미국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들은 전시장에서 30분내 거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독특한 마케팅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가 `VVIP 공항의전 서비스`로 아우디 A8 4.2 콰트로 이상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공항 출입국 수속 업무 및 라운지 서비스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그는 "최고급 브랜드 고객들은 브랜드에 걸맞는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 공항 의전 서비스는 시간이 부족한 최상위급 고객들에게 아우디 차량과 고객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이나 광고 등 전통적인 미디어 뿐 아니라 창조적인 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우디코리아의 올해 출발은 상쾌한 편이다. 1월 신차 등록대수가 196대로 수입차업계 5위를 차지하며 월간 판매 최대 기록을 세웠다. 작년 아우디코리아 출범과 함께 선보였던 A6시리즈는 작년 10월 이후 아우디 브랜드내에서 베스트 셀링 카로 자리잡았다.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이 재밌다. "내게 그걸 설명해 달라. 아우디는 현재 변화하고 있다. 언론에서 그 사실을 직접 보고 있지 않은가"
BMW나 벤츠에 비해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물음에는 대답이 솔직했다. "오는 2008년까지는 현재 6개에서 10개 정도까지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질수록 개성있는 차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는 "장기적으로 모든 세그먼트의 차종을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얼마만큼 빠르게 한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극히 짧은 시간에 생산량 기준 세계 6위의 업체로 성장했다"며 "이는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이 차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대차는 중소형 차종에서 가격과 품질 등의 경쟁력이 높지만 미들 레인지(중 차종)와 프리미엄 레인지(고급 차종)는 다르다"며 "프리미업급에서는 아직 개선돼야할 점이 많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렉서스와 혼다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차에 대해서는 평가 점수가 인색했다. 보쉬 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일본차는 아직 아우디의 경쟁차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일본차가 아직까지 아우디, BMW, 벤츠 등 독일차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쉬 사장은 여타 수입차 업계 CEO(최고경영자)와 마찬가지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그는 "작년 자동차 내수시장이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수입차 시장은 20% 가량 성장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른 눈에 짧은 머리, 균형잡힌 몸매를 갖춘 보쉬 사장은 전형적인 독일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한국에 온 보쉬 사장은 한국형 CEO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었다.
"한국음식은 가리지 않는다. 특히 빈대떡과 갈비를 좋아한다. 폭탄주도 즐겨 마신다. 최근엔 골프 레슨에 푹 빠져 있다. 골프는 집중력과 체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난도 스포츠다"
독신으로 한국에서 살기에 어려운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단 한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언어 소통이 불편하다는 점이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일주일에 1~2시간씩 한국어 레슨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쉬 사장은 지난 91년 폴크스바겐 본사에 입사, 93년 아우디로 자리를 옮긴 후 13년간 아우디에서만 근무했다. 지난 98년 아·태지역 총괄 이사를 맡으면서 판매실적을 2배로 증가시켜 본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