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파생거래의 전제-씨티은행(상)

  • 등록 2001-12-14 오후 12:59:33

    수정 2001-12-14 오후 12:59:33

[edaily] 파생상품 거래가 자리잡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지난 3개월간 “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불현듯 이같은 의문이 들었다.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씨티은행의 데이빗 최 지배인을 만났을 때 우연히 그 해답의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최 지배인은 미국 현지 은행에서 10여년간 엔(Yen), IRS(금리스왑) 등을 거래한 베테랑 트레이더이면서 99년부터 1년간 뉴욕주 은행감독국(New York State Banking Department)의 리스크 매니저로 일한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눈뜨고 나면 새로운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월가에서 금융기관들을 감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 뉴욕에서 탄생하는 각종 파생상품들은 최첨단 금융 기법을 자랑하는 동시에 잠재적인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베어링 은행을 말아먹은 닉 리슨, 다이와 은행 뉴욕지점의 미국 국채 불법 거래, LTCM의 파산 등은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금융시장은 IRS를 비롯, 금리선물, 금리옵션 등 기초적인 파생상품들을 본격적으로 다루려는 초입에 있다. 파생상품을 담당하는 시장참가자들은 정확하고 엄밀한 지식과 함께 리스크 매니지먼트 개념을 갖추고 있어야할 것이다. 이것이 파생상품 거래의 기본 전제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 지배인으로부터 미국 은행감독 시스템의 일단과 씨티은행의 파생상품 운용전략을 들어봤다.(씨티은행을 끝으로 "금융시장의 연금술사" 시리즈를 마감합니다.) <베테랑 트레이더에서 뉴욕주 은행감독국 리스크 매니저로> -체이스 등에서 근무하면서 엔 트레이딩을 하셨으면 일어도 잘 하시겠네요.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일어를 했어요. 체이스에 있을 때 엔 데스크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과 접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일본 5대 상사, 보험사들이 주요 고객이었죠. 제 보스가 일본인이었는데 하루는 일본 대학입시에 나오는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더라구요. 15분안에 푸는 것이었는데 저는 40분이나 걸렸어요. 본격적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하려면 이런 수학 실력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대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은행 다니면서 2년간 수학 통계학 공부를 했어요. -BOA를 거쳐 10여년간 트레이딩을 하셨는데 99년부터 2000년까지 뉴욕주 은행감독국에 근무하셨네요. ▲시티은행 등은 연방 법에 의해서 관리를 받고 체이스나 BTC, 뉴욕주에 있는 외국계 은행들은 주 법의 적용을 받아요. 98년 LTCM 사건이 터지면서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LTCM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엄청난 거래를 했는데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큰 문제가 있었죠. 리스크 매지지먼트는 통계적인 지식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제가 통계적인 베이스가 있고 트레이딩 경험도 있어서 주 정부에 채용이 될 수 있었죠. <트레이딩 룸의 숨소리까지도 녹음한다> -뉴욕주 은행감독국에 계실 때 얘기 좀 해주시죠. ▲제가 모 은행 검사를 나갔을 때에요. 흔히 “스위치 트레이딩”이라고 하는 이상 매매 흔적을 발견했어요. 6개월 정도 거래한 것인데 트레이더가 작성한 기록, 회사의 기록 등을 랜덤 샘플해서 보니까. 좀 이상하더군요. 똑같은 레이트로 똑같은 액수에 매매가 여러 번 있는데 그때마다 같은 브로커를 통했습니다. 이런 거래에서는 통상 브로커 수수료를 주지 않는데 브로커 회사의 자료를 보니까 돈을 다 받은 것으로 돼 있어요. 그 은행 컴퓨터 룸에 들어가서 트레이딩 룸의 녹음을 다 들었죠. 그런데 그 거래와 관련해서 트레이더와 브로커 사이에 녹음된 것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녹음이 되는 은행 전화가 아닌 트레이더 개인 전화로 거래를 한 것이죠. 1년에 10만달러 정도를 브로커 수수료로 줬더라구요. 은행 지점장, 리스크 메니저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어요. 그런데 은행측이 딱 잡아뗴는 거에요. 문제의 트레이더가 은행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 그 사람을 보호하려고 사실을 숨긴 것이죠. 저도 트레이딩 경험이 있으니까 사실을 시인하고 시정하겠다고 하면 간단히 넘어갈 일인데 은행이 오리발을 내미니까 어쩔 수 없이 제 보스에게 보고를 했죠. 감사를 나가면 뉴욕주하고 Fed뉴욕하고 같이 갑니다. 결국 그 은행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어요. 가벼운 지적 사항인데 사람을 보호하려다가 문제가 커진 케이스죠. <트레이딩 헤드들의 연봉은> -월가의 실력자들도 많이 만나보셨을 것 같아요. ▲몇몇 큰 은행의 트레이딩 헤드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연봉과 보너스도 다 봤죠. 하하하. 보너스가 보통 200만달러 정도는 되더라구요. 캡이 있었서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다음해로 보너스가 넘어갑니다. 캡에 걸려서 그렇지 실제로 받는 것은 더 많죠. 1000만달러이상 받는 경우도 봤어요. -은행 검사하면서 내부 시스템도 봤을텐데…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관련된 시스템을 주로 봤습니다. 기억에 남는 은행으로 일본 아사이 은행이라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분야에 수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아요. JP모건의 경우 “리스크 메트릭스”라고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분석해 놨어요. 가장 어려운 단계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입니다. JP모건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실제 사용한 것이 99년 쯤인데 아사이 은행은 이보다 앞서서 이것을 쓰고 있었어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옵션이 들어있어서 복잡해진 리스크 곡선(non-linear curve)도 다 볼 수 있어요. <수학에는 수학으로, 철저한 리스크 감독> -미국에서 은행 감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준비 기간이 2주 정도 됩니다. 필요한 서류는 집요하게 요청합니다. 직접 들춰보기도 하고요. 컴퓨터실에 들어가서 녹음 내용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의문스러운 거래가 발견되면 끝까지 캐묻죠. 거래 상대편 은행도 찾아갑니다. 딜링 룸에서는 트레이더들이 개인 핸드폰을 쓰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씨티은행 서울 딜링 룸에서도 핸드폰을 쓰면 안됩니다. 인터넷 메신저로 정보를 교환하는데 거래 컨펌은 꼭 녹음되는 전화로 하도록 합니다. -은행 감독을 하는 사람들이 수리적인 지식을 가져야하나요.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복잡한 거래의 위험을 찾아내야하거든요. 감독당국이 특정 상품의 리스크 모듈을 직접 뜯어보는 경우도 있어요. 은행내에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서가 있지만 감독 차원에서 별도로 살펴보는 것이죠. 파상상품은 그 자체가 블랙박스거든요. 외부에는 잘 알려주지 않아요. 이 경우 은행 관계자가 입회한 상태에서 검사를 합니다. LTCM의 경우는 헤지펀드여서 연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검사도 소홀히 해 문제가 됐을 겁니다. 은행감독국에 있을 때 들은 얘기에요. 일본계 모 은행에 감사를 나갔는데 감사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은행 관계자들이 감사 서류를 몰래 살펴봤답니다. 감사 서류라고 해야 그 은행에서 넘겨준 자료가 대부분인데 이것저것 뒤진 것이죠. 나중에 들통이 나서 몇 백만달러 벌금내고 지점장은 파면됐어요. 은행감독당국은 은행의 등급을 5단계로 나눕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등급이 일정 수준이하로 떨어지면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취약한 부분을 일정 기간안에 시정해야하고 심하면 인가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도이체나 시티처럼 큰 은행들은 상시 감독 체제하에서 철저하게 관리됩니다. 365일 감독관이 은행에 상주하는 것이죠. 매일매일 그 은행의 업무 내용을 감독합니다. 특정 은행만 전담하는 감독관이 따로 있어요.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은행내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서와는 별도로 감독관이 리스크 내용을 살펴봅니다. 미국 은행들은 이런 제도에 익숙해서 감독관의 존재를 별로 껄끄러워하지도 않아요. 공무원 규정상 은행으로부터 접대를 받을 수도 없어요. 콜라 한잔 공짜로 얻어먹을 수 없습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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