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컴퓨터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

  • 등록 2000-07-13 오후 6:27:00

    수정 2000-07-13 오후 6:27:00

미국의 컴퓨터 유통업계에서도 컴퓨터 산업의 델 컴퓨터와 같은 이단아들이 나타나고 있다. B2C와 B2B 모델을 적절히 배합한 mail-order 업체들이 기존의 대형 딜러들을 내쫓고 있다고 13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대형 딜러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4월 이후 이나콤, 마이크로에이지 등 일부 대형 딜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엔텍스 인포메이션 서비스와 GE 캐피털 정보기술 솔루션은 작년에 컴퓨터 서비스로 주력 비즈니스를 바꿨다. 마이크로에이지의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매키버는 "금융 방정식이 하루 아침에 바뀌어 버렸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에이지의 수입은 반기로 따져서 1년 전에는 30억1000만 달러였으나 지난 4월 말에는 17억80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는 컴팩, 휴렛 패커드, IBM과 같은 대형 컴퓨터 회사들이 변화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델 컴퓨터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 대형 컴퓨터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직접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간상인들을 없앤 것이다. 대형 딜러들이 고전하고 있는 사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을 받아 신속하게 컴퓨터를 배달하는 mail-order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레이몬드 제임스&어쏘시에이츠의 리서치 디렉터인 로버트 아나스타시는 "그들은 고객을 잘 선정했으며 시대가 요구하는 판매 모델을 수립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업체들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중소기업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은 데 있다. 중소기업들은 사실 가장 빨리 성장할 뿐만 아니라 가격에도 별로 민감하지 않다. IDC는 2001년까지는 직원 500명 이하의 기업들이 PC 판매 시장의 59.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ail-order 기업인 CDW컴퓨터 센터와 인사이트 엔터프라이즈, PC커넥션의 주가는 지난 1분기에 최소 38% 상승했다. CDW는 1999년에 25억6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는데 대부분은 일리노이주 버논 힐스의 본사와 가까운 사무소들에서 올렸다. 이에 따라 판매 및 행정 비용은 판매 1달러당 6센트. 마이크로에이지의 10센트보다 훨씬 적다. 이들 기업들은 또 인터넷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인사이트의 경우, 1999년에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는데, 그중 10%가 인터넷 판매에서 나왔다. PC커넥션은 인터넷 판매 비중이 7.5%였다. 1분기 동안 대형 딜러들의 수입이 감소하는 동안 mail-order 기업들의 수입은 70%나 치솟았다. 뱅크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톰 커트니는 "적절한 가격구조만 갖고 있다면 정말 끝내주는 비즈니스"라고 말하며, 이들의 내년 수입이 100억 달러를 기록, 대형 딜러들을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도 이들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CDW의 주가는 올들어 지금까지 56% 상승했으며, 인사이트와 PC커넥션의 주가도 각각 46%, 65% 올랐다. 이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중소기업들의 가격 할인 power가 대기업보다 작기 때문. 이들은 딜러들이 대기업에 치중하고 있는 동안 중소기업을 뚫었다. 특히 이들의 강점은 신속한 배달. PC커넥션의 경우, 전날 밤에 주문하면 그 다음날 정오까지 PC를 배달한다. 이들은 수요가 많은 상품을 쌓아둔 뒤 공급망과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해 유통시간을 단축시켰다. 과거에는 컴퓨터 회사들이 PC 가격이 하락했을 때 딜러들에게 3%의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줬었다. 그러나 이것은 델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깨졌다. 델 컴퓨터나 게이트웨이의 혁명이 컴퓨터 유통업계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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