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후쿠시마 핵연료 잔해 반출 난관…"로봇팔 못 쓸 수도"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원자로에 퇴적물 가득
잔해 채취하려 개발한 로봇 팔 넣을 공간 없어
격납고 여는데만 4개월…일정 지체
도쿄신문 "2051년까지 핵연료 제거 난망"
  • 등록 2023-10-22 오후 5:30:47

    수정 2023-10-22 오후 7:30:13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 잔해(데브리)의 반출 작업이 준비 과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일대 모습.(사진=AFP)


2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이 지난 16일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에 있는 핵연료 잔해를 꺼내기 위해 원자로 격납 용기 안팎을 연결하는 구조물 덮개를 개봉한 결과 안쪽이 회색 퇴적물로 메워져 있었다. 퇴적물은 지름 55㎝의 원통형 구조물 안에 있던 케이블 등이 사고에 따른 고열로 녹으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도쿄전력은 핵연료 잔해 반출을 위해 제작한 로봇 팔을 길이가 약 2m인 원통형 구조물에 넣어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도쿄전력은 22m까지 늘어나는 로봇 팔 끝에 금속으로 제작된 브러쉬를 장착해 원격 조작으로 핵연료 잔해를 채취할 예정이었다. 해당 로봇 팔은 국비를 투입해 일본과 영국 기업이 2017년 4월부터 개발했다. 하지만 원통형 구조물 안에 막혀 있는 잔해 때문에 로봇 팔을 넣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쿄전력은 일단 연말까지 고압의 물을 쏴 퇴적물을 밀어낸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퇴적물이 단단하게 굳어져 고압의 물로도 제거할 수 없을 경우에는 지름 20㎝의 봉을 낚싯대처럼 활용해 핵연료 잔해를 추출한다는 대안을 세웠다. 일본에서는 2019년에도 이 같은 방법으로 핵연료 잔해를 제거한 바 있다.

다만 이 방법은 로봇 팔보다 작업할 수 있는 범위가 적은데다 구조물 밖에서 봉을 설치할 사람이 필요해 작업자가 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다. 오노 아키라 도쿄전력 폐로 최고 책임자는 “(봉을 활용한 제거 작업은)어디까지나 대안일 뿐이며 기본적으로 로봇 팔을 이용한 작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은 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당초 2021년에 반출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로봇 팔 개발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려 2년 넘게 연기됐다. 앞서 원자로 격납 용기 덮개를 고정하는 볼트 24개 가운데 15개가 빠지지 않아 덮개를 여는 데에만 4개월이 소요됐다.

핵연료 잔해는 2호기 원자로뿐만 아니라 1·3호기에도 남아 있다. 핵연료 잔해는 총 880t(톤)으로 추산된다. 3호기의 경우 원자로 건물 전체를 구조물로 덮고 내부를 물로 채운 뒤 핵연료를 꺼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 도쿄신문은 “현재 계획으로는 기존 목표였던 2051년까지 핵연료 잔해를 모두 제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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