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에 다시 복귀한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흑해함대를 공격하면서 돌연 참여 중단을 선언한지 나흘 만이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함대 및 민간선박 안전 보장을 어길 경우 언제든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 곡물 선박(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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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성명에서 “해상 항로의 비무장화에 대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보장을 받았다. 현재로서 보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협정 이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협정 이행을 총괄하는 공동조정센터(JCC)에 “인도주의적 항로가 흑해 곡물 협정과 JCC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는 가운데 사용될 것”이라고 적힌 보증서를 보냈다.
러시아가 돌연 곡물 협정에 참여한 이유가 불분명하지만, 러시아 참여 없이도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등 다른 국가들이 협정을 계속 이행하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로이터에 보낸 서면 논평에서 “러시아의 공갈 협박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러시아가 자국의 참여 없이도 협정이 이행되는 데 당황해 복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후 TV 연설에서 “튀르키예의 중립성, 곡물 가공 산업, 최빈국을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노력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서 튀르키예로 향하는 곡물 운송은 막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보장을 어길 경우 협정을 탈퇴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따라 언제든 협정을 중단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불리는 곡창 지대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봉쇄되면서 곡물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과 튀르키예(터키)는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항로 안전을 보장하기로 지난 7월 합의하면서 안정화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국 함대가 공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곡물가격 급등 우려가 컸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국은 러시아가 기아 위기의 최빈국을 볼모로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