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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빠르면 이번 주말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선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주무기관인 식품의약국(FDA)이 당초 예상보다 서둘러 허가했다. 실제 접종을 위해 필요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절차까지 이번 주말로 앞당겼다.
미국의 백신 속도전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이 워낙 큰 데다 이미 다른 나라들이 속속 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세계 최초로 접종에 돌입하자 속상해 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코로나19 백신은 그가 주요 치적으로 자평하는 분야다.
FDA, 금요일 밤 서둘러 백신 승인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FDA는 이날 늦은 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FDA 내 백신·바이오 약제 자문위원회(VRBPAC)가 FDA에 승인을 권고한지 불과 하루 만이다. 미국은 영국,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에 이어 백신을 승인한 6번째 나라가 됐다.
FDA의 승인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주목 받는 건 그 시기다. 당초 12일께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금요일 늦은 밤 급히 승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첫 접종에 돌입한 영국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백신 도입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금 당장 백신을 나오게 하라”며 “스티븐 한 FDA 국장은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생명을 구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FDA를 두고 “여전히 크고 늙고 느린 거북이”라고 맹비난했다.
백신 속도전은 CDC의 일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FDA의 역할은 백신 배포를 위한 승인까지이고, 실제 사람들의 팔에 접종을 하려면 CDC 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CDC에 접종을 권고할 권한을 가진 예비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 날짜를 13일에서 12일로 당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ACIP가 12일 오전 11시~오후 3시 회의 후 접종을 권고하고 CDC가 이를 받아들이면, 원칙적으로 곧바로 접종에 돌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계한 영상에서 “첫 백신 접종은 24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건 이같은 스케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덱스, UPS 등과 협조해 이미 미국 전역에 배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ABC에 출연해 “백신 배포를 위해 화이자와 협력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 혹은 화요일에 접종하는 사람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하루 확진자 22만명 ‘사상 최대’
1차 팬데믹의 진원지였던 뉴욕시는 다음주부터 다시 식당 실내 영업을 금지하기로 했다. 뉴욕시는 9월 30일 식당 실내 수용 인원의 25% 범위에서 손님을 받게 했는데, 2개월반 만에 다시 규제에 들어갔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재임 중 최대 성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 최다로 불어나면서 동시에 따라붙는 ‘방역 실패론’에 트럼프 대통령은 극도로 거부감을 보여 왔다. 백신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패닉을 치유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의료진과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에게 첫 주 300만회분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배송업체와 주정부 보건당국, 군, 병원, 의약품 공급업체 등과 이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화이자는 일단 내년 3월까지 1억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FDA는 화이자 외에 모더나의 백신도 심사하고 있다. 이 역시 이번달 안으로 관련 절차를 마치고 시중에 유통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와 1억회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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