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만 난무했던 김정은 답방, 공은 내년으로

김 위원장 연내 답방 현실적으로 어려워
靑 "깜짝 방문 가능성도 희박…북미회담도 함께 고려"
北 길어지는 고민에 복잡해지는 남북미 셈법
  • 등록 2018-12-16 오후 4:47:18

    수정 2018-12-16 오후 4:47:18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되는 분위기다. 12월이 갓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성급한 판단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당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던 정부도 이젠 공개적으로 연내 답방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힘들다고 보면 된다”며 “애초에 시기를 딱 정해놓고 추진한 것이 아니다. 내년에 일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결단으로 ‘깜짝 답방’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박하다.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군불만 뗀 연내 답방…北은 묵묵부답

G20 정상회의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다음 방문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나온 것은 이달 초였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났고,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문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에 답방할 경우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기가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미 고위급 접촉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북미간 비핵화 협상 시계가 멈춰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구체적인 답방 일정을 예상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정작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북쪽에선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북측 연말 일정과 우리측 준비를 위한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김 위원장 답방의 공은 내년으로 넘어갔다.

북미 관계는 여전히 교착상태다. 지난 10월 7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고위급 접촉은 끊겼다. 이달 초 앤드류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북측 인사가 판문점에서 만났으나 퇴임을 앞둔 김 센터장의 인수인계를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 왔다. 나는 항상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대답한다”고 밝혔다. 북한도 하루 앞으로 다가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7주기를 앞두고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을 뿐이다.

北 비핵화 두고 복잡해지는 남북미 셈범

물론 남북관계의 특성과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김 위원장의 ‘깜짝 서울 방문’ 가능성 자체는 열려 있다. 하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느냐 여부보다는 북한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소장은 “북한으로서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태도가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며 “자신들 나름대로 ‘셀프 비핵화’ 조치를 한만큼 제재 완화 등 미국측의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으니 북한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현재로선 남북관계로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수 있다”며 “서울 답방이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북미간 직접 대화를 통해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상수로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연내 서울 답방의 경우도 김 위원장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차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두고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교착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협상 동력이 떨어지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비핵화 협상이 멈춰 있는 상황에서 남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에 대해 미국측에서는 대북 제재를 이유로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를 함께 이끌어야 하는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대목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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