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쓴 트럼프는 더 노골적이었다…키워드로 읽는 취임사

`아메리칸 퍼스트`…미국중심으로 정책 재편
`잊혀진 미국인 없다`…이민자 규제 재천명
`인프라 투자로 아름답게`…재정지출확대 강조
  • 등록 2017-01-22 오후 1:16:02

    수정 2017-01-22 오후 1:16:02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모든 대통령의 취임사는 한 시대를 이끌어갈 키워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는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였다. 금융위기에 시달리던 미국인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게 그의 목표이자 과제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 나라의 자유를 위협하는 적들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표방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 자체가 문제”라며 시장중심의 레이거노믹스를 예고했다.

“아메리칸 퍼스트”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의 키워드는 ‘아메리칸 퍼스트’(American first, 미국 우선)였다. 그는 16분동안 진행된 비교적 짧은 취임연설 동안 무려 15번씩이나 “미국”이라는 단어를 외쳤을 정도로 미국 중심의 정책을 강력하게 예고했다. 그는 “내 단순한 원칙은 미국산(産)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며 “오늘부터 오로지 미국이 우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美軍) 주둔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다른 나라를 방어하겠지만 미국 혼자 방어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우리 군대는 매우 애석하게도 고갈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잊혀진 미국인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잊혀진”(forgotten)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잊혀진 사람들은 백인 중심의 기존 미국인을 뜻한다.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의 국경을 지켰지만 우리 국경을 지키지 않았고 외국에서 수조달러를 퍼부으면서도 정작 미국의 기간시설(인프라 스트럭처)은 고치지 않고 방치했다”며 “다른 나라는 부유하게 했지만 우리나라의 부(富)와 힘, 자신감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무분별하게 이민자를 받아들여 미국인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고 다른 나라의 물건을 수입해 쓰느라 미국에 있는 공장들은 문을 닫고 그 결과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또 미군을 다른 나라에 주둔하느라 정작 미국내 인프라에 투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잊혀졌던 남성과 여성이 앞으로 더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다시는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역과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의 일자리, 우리의 꿈, 우리의 국경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프라 투자로 아름답게”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수락 연설에 언급했던 인프라 투자에 대한 발언이 취임식에 다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미국을 재건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새로운 도로와 고속도로, 다리, 공항, 터널, 철도 등을 새롭게 건설할 것이다. 미국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과정에서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공언한 바 있다. 취임식에도 인프라 투자가 다시 등장했다는 점은 이 정책이 단순히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당내 정서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 또 감세(減稅)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둘러싼 구체적인 해법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이 약속이 얼마나 얼마나 잘 지켜질 것인지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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