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암투에서 비롯된 권력누수 위기..朴의 돌파구는?

朴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주목
연말 조직개편 통해 쇄신 나설 수도
  • 등록 2014-11-30 오후 2:41:15

    수정 2014-11-30 오후 4:35:4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거론돼온 정윤회 씨의 동향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력암투설’이 본격 확산되고 있다. 정 씨가 이른바 ‘십상시(十常侍)’를 통해 국정에 개입하면서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견제했고, 박 회장은 다른 청와대 인맥을 통해 정 씨를 감시했다는 게 권력암투설의 골자다.

박 대통령 주변 세력의 권력 싸움은 사실 여부를 떠나 박 대통령의 국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집권 3년차를 앞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난국을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주목된다.

암투 밀리자 문건 유출로 역공했나

청와대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문건에는 정 씨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작성 시점은 지난 1월이다.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박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94년 마약류 투약혐의로 박 회장이 기소됐을 때 수사검사로 만난 것을 계기로 인연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문건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건을 작성한 박 모 행정관과 그의 직속상관이던 조 비서관은 각각 2월과 4월에 청와대를 떠났다. 정 씨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문건이 오히려 역풍을 일으켜 그들을 물러나게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의 육사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 등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밀려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력암투가 실제로 있었다면, 정 씨와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십상시’가 승리한 셈이다.

결국 박 회장 측은 암투에서 밀리자 문제의 문건을 언론에 유출함으로써 역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동안 ‘찌라시’로만 떠돌던 정 씨의 국정 개입설을 표면화해 ‘그림자 권력’의 입지를 좁히고자 한 것이란 해석이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에는 아직까지 별도의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30일 “해당 문건의 내용은 싱크로율 0%라고 보면 된다. 그보다는 문건 유출 경위에 집중해야 한다”며 “모든 의혹들은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에 등장하는 비서관 및 행정관 8명이 문건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고,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직개편 통한 분위기 쇄신 가능성

정 씨와 박 회장 간의 권력암투가 실제로 있었는지, 청와대 내부 문건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가 무엇이었는지 등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권력암투 또는 그러한 소문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어느 편에 있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청와대 내부에선 권력암투설 자체를 부정하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야당이 정치 쟁점화에 나설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운영위의 긴급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30일 국회 브리핑에서 1일로 예정된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를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은 ‘십상시 국정농단’ 논란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엄정한 처벌대책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함으로써 내부 문건 유출 문제를 에둘러 지적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는 ‘국정을 흔드는 근거없는 소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국정을 흔드는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은 즉각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 사태를 ‘정리’하는 발언을 해왔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앞둔 상태에서 대대적 조직개편을 통해 청와대 참모진을 다잡고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돼온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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