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연금 강해야 복지선진국..은퇴설계교육 힘써야"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
국민-퇴직-개인연금 등 '3층연금' 있어야 안정적 노후
  • 등록 2014-09-16 오전 10:00:00

    수정 2014-09-16 오전 10: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결핍의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는 방법은 절약인데 그러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겠죠. 절약하면서도 소비하도록 해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려면 연금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노후설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생각할 때 연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국내 은퇴설계 분야의 대가. 바로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행복한 노후를 위해 3층 연금 필수

연금이 답이라는 근거는 이렇다. 은퇴 자금으로 10억원을 모아놨더라도 막상 은퇴하고 나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 돈을 마음대로 못 쓴다는 것. 바로 장수(長壽) 리스크다. 목돈이 점점 축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달 얼마간이라도 죽을 때까지 꼬박꼬박 받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래서 목돈을 모으는 것보다 연금을 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에게는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국가 전체로는 소비가 살아나 저성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건 별다른 게 아닙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 생활비를 연금으로 확보한 나라가 바로 선진국입니다” 강 대표의 지론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끼려면 아직 멀었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령사회백서’를 보면 일본은 2010년 노후 주요 수입원의 67.5%가 공적·사적 연금이다. 독일은 이 비율이 무려 84.3%에 달하고 미국도 67%로 높다. 하지만 한국은 13.2%에 불과하다. 자녀에게 기대는 비율이 30.1%나 된다.

강 대표는 노후 연금을 3중으로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만 가입해 놓아도 노후를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만일 이같은 ‘3층 연금’ 준비가 안 됐다면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노후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올해 6월 말 현재 가입자가 2100만명에 달하고 2005년부터 시작된 퇴직연금은 상용근로자의 50.7%인 526만명이 가입했다. 1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개인연금의 경우 계약건수가 7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서는 은퇴 후 연금수령 예상액이 세 연금 모두 합하더라도 부부 월 최저생활비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연금을 도입한 역사가 짧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이라는 게 강 대표의 평가다.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퇴직 후 월 최저생활비 정도는 3층 연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시기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는 낙관론을 편다.

DC형 확대..교육이 필요한 시점

문제는 연금의 당위성은 알면서도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강 대표는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금제도나 연금운용에 있어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단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연금교육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선진국 수준의 연금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금 가입자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확정기여형(DC)형 연금이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운용실적에 따라 향후 받을 수 있는 연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연금을 고르냐에 따라 노후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나중에 받게 되는 연금수령액이 확정된 확정급여형(DB)형이 대부분이었다. 6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87조 원 가운데 원리금 보장에 투자된 비중이 91%로 절대적이다. 실적배당형과 금융투자상품으로는 6% 정도만 들어가 있다.

하지만 가입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자산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DC형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강 대표 생각이다. DB형은 결국 예·적금이나 국·공채 같이 원리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데 이 경우 미래 성장성이 있는 기업들로 자금이 흘러가기 쉽지 않다는 것.

“미국 자본시장은 1980년대 DC형인 401K가 도입되면서 한 단계 발전하게 됐고, 1990년대에는 IT산업과 증권시장이 상호작용을 해서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렸습니다. 우리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DC형을 통해 자산시장으로 돈이 흘러가야 합니다”

정부 역시 최근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통해 DC형의 실적배당 투자한도를 확대하는 등 DC형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 교육은 더욱 시급한 과제다.

“미국도 종업원에 대한 교육에 적극적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여기서 배운 지식을 다른 자산운용에 활용하면서 미국 자산시장이 더 성숙하게 된 거죠. 교육 없이 DC형만 확대한다면 부작용이 더 클 겁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직접 교육

연금 선진국의 경우 기업이나 노조가 직접 은퇴설계나 연금가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비영리법인(NPO)이 담당하기도 한다. 미국 최대 목재 기업인 와이어하우저의 경우 1980년대부터 생애설계와 자산관리 교육을 실시해왔고 일본의 세이코 엡슨은 노종조합이 조합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생애설계와 생활설계를 교육하는 ‘라이프 서포트(Life Support)’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이코 엡손의 경우 저성장 시대에 회사가 월급이 큰 폭으로 올려주기 어렵기 때문에 파업을 해서 임금을 3% 올리는 것보다는 자산관리 교육을 통해 운용수익을 3% 늘리도록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자산운용을 잘해서 인생 후반에 대해 안심해야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거죠. 와이어 하우저도 퇴직시점이 다가올수록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종합생애설계와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점차 직원들의 은퇴설계에 관심을 갖고 교육에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40대 차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후반인생설계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처음에 이를 접한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직무교육이 아닌 생애설계교육이라는 점에서 의아해하기도 했고, 혹시 구조조정을 앞두고 준비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 후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진지하게 인생 후반기를 설계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기업들이 점차 이런 부분에 눈을 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강 대표 생각이다. 그래서 직접 발로 뛰면서 은퇴설계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다. 작은 강연 요청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지난 2012년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 자리를 내놓고 ‘아름다운 퇴임식’을 가진 이후에도 ‘미래와금융연구포럼’을 운영하면서 사비를 털어 은퇴교육을 열정을 쏟았다.

그 와중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만났다. 마침 자산운용시장에서 급성장한 트러스톤이 사회에 공헌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은퇴설계 교육을 택한 것. 그리고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강 대표를 영입했다. 강 대표로서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강 대표의 강연과 교육은 계속되겠지만, 앞으로는 강연을 좀 줄이고 컨텐츠 개발에 좀 더 시간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100세 시대 노후설계와 연금에 대해 연구해 보다 나은 노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강창희 대표는..

1947년생으로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나와 1973년 증권거래소(현재 한국거래소)에 입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1977년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국제본부장과 리서치센터장과 도쿄사무소장, 현대투신운용 사장,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등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 임원과 대표를 두루 거쳤다. 2004년에는 미래에셋과 인연을 맺고 국내 최고의 투자 교육과 은퇴 전문가로 활동했다. 2012년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와 퇴직연금연구소 소장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미래와금융연구포럼, 행복한가정연구소 대표 등을 맡으면서 은퇴설계 전문가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지난 1일부터는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로 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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