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일단 박 대통령의 발언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신호’로 분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곤 있지만 160일 만에 재가동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지연되는 등 정작 남북관계에선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국내정치에서의 어려움에도 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의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는 상태다. 결국 집권 2년차를 앞둔 정부로선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며 남북관계에서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성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그런 입장을 밝혔다는 것은 남북관계 진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폭침’에 따른 포괄적 대북제재인 5·24조치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런 변화 기류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 방문 당시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언급한 것과 비교할 때 일보 진전된 입장이지만, 발언의 진정성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형식에 내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인데, 내용적인 측면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전략·목표·정책 등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 전제조건 및 시기는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경제협력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집권 초반기인 2~3년차에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고유환 교수는 “집권 2~3년차에 하지 못하고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 정상회담을 해도 여러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집권 하반기로 접어들면 정상회담을 이행하기 어렵고 정쟁에도 휘말릴 수 있다. 내년 상반기 6자회담이 성사되고 하반기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고 내다봤다. 홍순직 센터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집권 막판에 하면 실제로 정책수행은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면서 “(정상회담은)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0년 6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마지막 해였던 2007년 10월에 북한에서 각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도움말 주신분들>(가나다 순)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