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대기업, SI·부동산·광고 내부거래 심각

공정위 첫 대기업 내부거래 업계지도 공표
비상장사·총수지분 높은 곳 `일감 몰아주기` 심각
  • 등록 2011-10-17 오후 12:00:50

    수정 2011-10-17 오후 12:00:50

마켓in | 이 기사는 10월 17일 12시 0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SI자회사 오토에버시스템즈는 정몽구 회장(10%)과 정의선 부회장(20.1%)이 주요주주다.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IT업무를 총괄하며 지난 6월 현대카드와 캐피탈의 보안사고 책임회사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01년 매출액이 485억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 5669억원을 기록하는 등 9년 만에 10배 넘게 뛰었다.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현대차 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았기 때문으로 그룹 내부 매출 비중은 2009년 82%, 지난해에는 85%에 달했다. SK그룹의 자회사 SKC(011790)&C(계열사 내부 매출 63.89%), GS그룹의 자회사 GS아이티엠(80.77%)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 공정위 첫 대기업 내부거래 업계지도 발표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처음으로 공개한 대기업의 내부거래 현황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실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내부거래 업계 지도다. 현재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관련해 근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지분율이 높고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재산증식을 위한 물량 몰아주기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대표적 업종으로 시스템 개발업체(SI), 부동산, 광고 등을 꼽았다. CJ아이레저산업(지분율 100%, 매출액 97,09%), 영풍개발(33.0%, 96.64%), 이노션(100%, 47.72%), 한컴(30.1%), 58.33%) 등이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상황에서 내부 거래 매출이 높은 대표적 기업이다.

특히 자산규모가 1조원 미만인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 자료에서도 1조원 미만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0%를 넘어선 반면 1조원 이상이 기업의 경우엔 10%가 채 안됐다.

이들 업종은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모회사와의 수주계약을 통해 매출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SI 기업을 통해 그룹의 경영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물량 몰아주기가 이뤄지는 이유로 꼽힌다.

◇ 공정위 "SI 부동산 광고, 물량 몰아주기 성격 짙어" 실태조사

공정위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조사대상 대기업집단(43개사)의 전체 매출액 중 계열사 내부거래 매출액은 12%(144조7000억원)에 달했다.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2.59%로 정보가 공개되는 상장사보다 14% 가까이 높았다.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곳은 중화학공업(13.08%)과 유통회사(10.60%, 건설회사(9.57%)가 꼽혔다. STX, 현대자동차, OCI가 거래비중 상위 빅3였다. 이는 원자재 공급 및 거래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수직계열화가 일반화됐고, 이 과정에서 비상장사 설립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성삼 공정위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과장은 "총수일가가 상대적으로 내부거래가 쉬운 소규모 비상장사를 설립한 후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며 "MRO, SI분야는 물론 광고, 건설 등에 대한 사업자 선정 방식 등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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