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묘안은 짜냈지만 허점 많아 일감 몰아주기 과세방안은 이번 세제 개편안 중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국정 어젠다인 공정사회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기업들의 반발이 크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측 과세 방안 밑그림은 나와 있다. 핵심 내용은 일감을 몰아 받은(매출액의 30%초과분) 계열사의 지분을 3~5% 이상 소유한 기업의 오너 일가에 증여세 등을 부과하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대략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5가지 방안 중 단수 또는 복수를 채택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유력하게 검토되는 과세 방안이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받은 기업의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로 주가가 오르면 늘어난 시가총액과 주식 보유비율을 고려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그러나 주가 상승이 일감 몰아주기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주가가 하락할 때 기업들이 증여세를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 허점으로 거론된다.
세후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물리는 방안은 주가와 무관하게 과세가 가능해,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에서 과세 방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주주 개인 이익을 명쾌하게 추산할 수 있느냐와 영업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대주주를 제외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와는 별도로 재정부는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2004년부터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소급 입법 시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담이다.
올해 말 폐지 예정인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놓고 정부와 재계, 여기에 국회까지 나서 또 한 번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임투세액 공제란 기업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비수도권 설비 투자액 중 일부(현행 4~5%)를 세액에서 빼주는 제도다. 1982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상시 운영돼 왔다.
재정부는 올해는 반드시 폐지하고 대신에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만 세제혜택을 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기업들이 받는 임투세액 공제 혜택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7789억원으로 전체 조세감면액의 16.9%를 차지했다. 청와대 역시 임투공제 폐지, 고용창출투자세액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법인세 감면 철회 분위기 속에 임투공제마저 없어지면 투자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며 연장을 위해 단체행동에 나선 상태다.
◇ 법인·소득세 감면 마주 달리는 黨政..충돌 임박
법인세, 소득세 감면 문제는 청와대, 정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소득세를 낮추고 소비세는 올리는 정책 기조”라며 “우물 안만 들여다보고 논의해선 안 되고, 글로벌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감세 철회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불과 나흘 전인 19일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이 "감세 시기는 조정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을 뒤집은 셈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더 나아가 감세로 세수만 축내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 “감세가 "감세가 주는 경제 활력이나 선순환 구조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세입 측면에 기여하는 점이 많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도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양쪽 모두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현 시점에서 당정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감세 철회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여부와도 밀접한 관계여서,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가 관심사다. 이밖에 부동산 양도세 중과 제도, 올해 일몰 예정인 41개의 비과세, 감면제도의 향배도 관심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