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①고령화의 그늘.."돈보다 일자리를"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기획]
  • 등록 2010-03-17 오전 10:33:49

    수정 2010-03-17 오전 10:34:56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2020년. 60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95세로 늘어나 70세 나이는 노인 축에 끼지도 못한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가 전체 인구의 25%나 된다.

정부에서는 급증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복지비를 감당하려고 각종 명목의 세금을 신설하고 있다. 국민연금과는 별도로 개인연금을 들었거나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성공한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들은 공원과 지하철역을 헤매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해 일자리를 알선하고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은퇴 세대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의자에 설치된 이어폰만 연결하면 뮤직비디오나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지하철역 곳곳에 설치돼 있다. 지하철 객차 안 노인석도 한복판으로 옮겨 2배 이상 늘렸다.

지하철공사는 대한노인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만성적자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인우대제도`를 만 75세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잇따른 부동산 처분으로 아파트와 토지시장은 침체를 맞은 지가 오래다. 암울하지만 현재 통계를 기초해 상상해 본 10년 뒤 우리 사회 모습이다.

◇고령화 그늘..경제 영향은

통계청이 지난해 내놓은 `앞으로 10년간 사회변화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16년부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진다.
 
2018년엔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고령화는 단순히 인구구조의 변화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노동공급, 저축, 재정, 성장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경제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우선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둔화를 초래한다. 2000년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비중이 71.7%였지만, 2030년에 64.7%, 2050년에는 53.7%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를 채울만한 노동시장의 변화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본공급 측면에서 노년층의 증가는 의미가 크다. 저축률이 낮아지고 가용자금이 줄고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2000년 가구주 나이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저축률은 20.2%. 전체 가구의 평균저축률인 26.2%보다 훨씬 낮았다.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가구의 저축률은 15.5%에 불과해 50대(28.0%)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내수소비도 크게 둔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규모는 40대 가구의 65%, 50대 가구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가 노령인구를 위해 지급해야 할 각종 연금 및 보험비용부담이 증가, 현행 연금체계로는 2036년부터 적자운영이 예상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향후 5~10년 이내에 한꺼번에 은퇴한다는 데 특히 문제가 있다. 이들은 지난 30여 년간 왕성한 활동을 하며 경제성장을 주도한 계층으로 712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위상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제력뿐 아니라 정치 패러다임도 확고히 확보하고 있다. 특유의 역동성을 가진 이들의 은퇴는 경제적 수요와 생산의 급속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내수소비 위축, ▲근로계층의 축소 ▲재정 적자의 심화 등은 복합적으로 작용, 경제성장의 지속적인 둔화를 가져온다. 고령화를 복지문제 이전에 경제문제로 더욱 심각하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기업들의 변화 

향후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고령화 및 노인빈곤화, 양극화 등의 사회적인 격변을 겪게 될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하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가족 해체나 분화를 가속화, 부부가구나 1인 가구를 늘린다. 자녀출가 후 부부만의 "빈둥지"(empty nest)` 기간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 독거노인 가구의 비중도 부부가구 이상으로 늘고 있다.

고령화로 노인부양을 위한 사회적 부담 역시 급격히 증가한다. 지난 2008년 14.3%였던 노년부양비율은 오는 2018년에 19.7%, 2027년 32.6%, 2036년 48.9%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엄청난 부양부담으로 인해 사회적 활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빈곤과 질병, 각종 사회문제까지 동반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이미 노인자살 증가율 1위, 노인자살률 4위(2006년)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으로 노후에 대한 불안과 함께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욕구가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를 더욱 자극하게 된다. 기업들에게는 인건비관리, 연금이나 퇴직금 지급 부담으로 직결된다.
 
반면 근로자들에겐 더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기업으로 금세 떠나려는 현상이 심화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나 직무몰입도 저하 등이 나타나 생산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인구감소는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내 집 마련 걱정`을 상당히 해결해줄지 몰라도 사회전반적인 동력의 약화를 불러올수 있다.  

◇`페이드 아웃-페이드 인` 인생으로

이제 세상은 `트리플 30`을, 즉 세 번째 30년까지 준비해야 시대다. 환갑이후 남아 있는 여생이 30년이나 되기 때문에 `남은 생(餘生)`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생(麗生)` 이 되도록 바꿔나가야 한다.

특히 갑자기 노동시장에서 사라지는 `스위치 온오프(Switch on-off)` 인생이 아닌, 미래를 서서히 준비할 수 있는 `페이드 아웃-페이드인(Fade out-Fade in)` 인생이 되도록 개인적으로도 퇴직이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연령과 상관없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사회제도의 변화와 기업의 고용활용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층의 고용 확대는 자신의 근로소득으로 생활을 향상할 뿐 아니라 재정부담을 경감하는 등의 바람직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들은 `제2의 인생설계 프로그램`을 마련, 근로자들의 막연한 노후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만 35세나 40세가 됐을때 노후설계나 경력계발 등 퇴직준비 시스템을 지원해주고,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 선택제` 방법으로 ▲희망퇴직선택 ▲임금피크제 ▲전문계약직 재고용 ▲전직지원 프로그램 도입 등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부업을 통한 시간제 근로, 1인 기업, 창업, 사회공헌활동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정규직 단시간 근로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고려해 볼만하다"고 소개했다.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2000년 이후 겸업을 허용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도쿄가스는 60세 정년 후 생활의 연착륙을 위해 55세 이후 주 4일 근무를 하면서 겸업할 수 있는 `마이플랜스테프(My Plan Staff) `제도를 시행했다.

최근 경영상황이 어려워진 일본항공(JAL)의 경우에는 2000년부터 근로일수를 80%로 줄이는 대신 임금을 75%로 낮추고 겸업을 허용했다. 닛산과 후지츠, 산요, 가오, 도시바 등은 불황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겸업을 허용했다.
 
미국에서도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이 확대되면서 약 750만 명이 겸업(Two Jobs) 중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생활 보장을 위해 과도한 사회보험 기여금이나 조세가 부과된다면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와 세후 임금 감소를 유발해 전반적인 고용을 위축하거나 국민경제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사회보장에 의한 생계보장에 앞서 고령자 고용확대를 먼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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