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 GM은 오히려 기회"-루츠 부회장 인터뷰①

이데일리 뉴욕특파원 단독 인터뷰
"GM이 도요타에게 밀린 이유는 지배구조 때문"
"No.1 지위 반드시 되찾을 것"

  • 등록 2007-05-04 오후 12:15:08

    수정 2007-10-12 오후 3:48:29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의 자존심 제너럴 모터스(GM)가 80년간 지켜왔던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의 지위를 일본 도요타에게 내줬다. 비록 예견됐던 사안이라 해도 자동차 종주국 미국이 느끼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

1분기 세계 판매대수에서 도요타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달 24일. 미국의 모든 언론들은 도요타의 GM 추월을 헤드라인 뉴스로 거듭 내보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코스모폴리탄적인 도시 뉴욕에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GM 내부에서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edaily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에서 GM의 로버트 루츠 부회장 겸 제품개발 총책임자를 단독으로 만났다.

 
루츠 부회장은 GM의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그룹의 2인자로 GM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하다. 그는 미국 자동차 업계 고위인사 중 유일하게 `빅3` 업체인 GM,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에서 모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로 유명한 루츠 부회장은 예의 확신에 찬 표정으로 GM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GM의 내부 이야기, 정부와의 관계, 논란이 되고 있는 경영진들의 보수 등에 대해서도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2위가 된 것은 GM에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며 "1위를 탈환하는 것이 GM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반드시 다시 1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o.2일때 사업 방향 명확해진다...관건은 디자인"

도요타의 추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부터 꺼냈다. 그는 담담하게 "최근 몇 년간의 판매 추이를 감안했을 때 어쨌든 이런 날은 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GM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소식이고 그 점에 깊은 유감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세상의 끝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루츠 부회장은 GM이 지난 80년간 1위였고 언제나 다른 업체, 언론의 공격 목표가 돼 왔다는 점에서 지금이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모호한 목표"라며 "누구를 공격해야 할 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 지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위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1위라는 목표가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업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GM에게 놓여진 최대 과제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성공적인 신제품 론칭을 통한 북미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생산 비용 절감을 통한 재무 건전성 강화를 꼽았다.

루츠 부회장은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의 품질 및 제품 개발 능력 향상을 강조했다. 연금 문제로 GM의 골머리를 썩혔던 노조 문제는 유산 비용(legacy cost)이지 GM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영화와 비슷한 창조적 산업"이라며 "사람들은 차를 봤을 때 느끼는 이미지 때문에 그 차를 구입하는 것이지 줄자를 가져와서 `내부가 이만큼 넓네`라며 측정하고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가 운전자여도 금발 미녀가 달려올만한 그런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990년대 크라이슬러 재직 당시 스포츠카 `닷지 바이퍼`,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신제품을 속속들이 히트시키며 "크라이슬러를 빚더미에서 구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던 그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은 듯 했다.

◆"GM이 도요타에게 밀린 이유는 지배구조 때문"

GM과 도요타의 간극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루츠 부회장은 흥미롭게도 지배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제품 개발 능력, 노조 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배구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요타의 오늘을 만든 하이브리드 차량,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결국 지배구조의 차이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 알려진대로 GM은 세계 자동차업체 중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의 컨셉을 갖고 있었고 개발도 시도했다. 하지만 이를 상용화시키지 못하고 대형 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만 집중하다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와중에 도요타는 최초의 대량 생산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 등을 앞세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루츠 부회장은 GM이 하이브리드 개발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사회의 반대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 톤이 강렬해졌다.

그는 하이브리드 논의가 본격화했을 때 개발을 더 진행시키려면 매년 200만달러의 적자가 날 것이라는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답은 "당신, 완전히 돌았소(Are you completely insane)?"였다고. 재무 부서에서도 주주들에게 소송당할 수 있다며 결사반대했다고 털어놨다. GM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루츠 부회장은 "200만달러의 적자를 두려워하던 이사회가 30억달러의 광고 예산은 두말 않고 허가해줬다"며 "그 결과가 바보같은 광고들"이라며 한 자동차 잡지를 펴 보였다.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은 청소년들이 시보레 옆에서 `cool`을 강조하는 광고다. 그는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지도 못할 이런 광고를 보고 누가 차를 사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루츠 부회장은 "도요타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지만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몇몇 경영진들이 `난 신경 안 써`라고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요타는 공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기업(private company)에 가깝다"며 "반면 GM은 이사회의 힘이 너무 세다"고 토로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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