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계 판매대수에서 도요타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달 24일. 미국의 모든 언론들은 도요타의 GM 추월을 헤드라인 뉴스로 거듭 내보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코스모폴리탄적인 도시 뉴욕에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GM 내부에서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edaily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에서 GM의 로버트 루츠 부회장 겸 제품개발 총책임자를 단독으로 만났다.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로 유명한 루츠 부회장은 예의 확신에 찬 표정으로 GM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GM의 내부 이야기, 정부와의 관계, 논란이 되고 있는 경영진들의 보수 등에 대해서도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2위가 된 것은 GM에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며 "1위를 탈환하는 것이 GM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반드시 다시 1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o.2일때 사업 방향 명확해진다...관건은 디자인"
도요타의 추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부터 꺼냈다. 그는 담담하게 "최근 몇 년간의 판매 추이를 감안했을 때 어쨌든 이런 날은 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GM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소식이고 그 점에 깊은 유감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세상의 끝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루츠 부회장은 GM이 지난 80년간 1위였고 언제나 다른 업체, 언론의 공격 목표가 돼 왔다는 점에서 지금이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모호한 목표"라며 "누구를 공격해야 할 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 지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위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1위라는 목표가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업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츠 부회장은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의 품질 및 제품 개발 능력 향상을 강조했다. 연금 문제로 GM의 골머리를 썩혔던 노조 문제는 유산 비용(legacy cost)이지 GM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영화와 비슷한 창조적 산업"이라며 "사람들은 차를 봤을 때 느끼는 이미지 때문에 그 차를 구입하는 것이지 줄자를 가져와서 `내부가 이만큼 넓네`라며 측정하고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가 운전자여도 금발 미녀가 달려올만한 그런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990년대 크라이슬러 재직 당시 스포츠카 `닷지 바이퍼`,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신제품을 속속들이 히트시키며 "크라이슬러를 빚더미에서 구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던 그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은 듯 했다.
◆"GM이 도요타에게 밀린 이유는 지배구조 때문"
GM과 도요타의 간극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루츠 부회장은 흥미롭게도 지배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제품 개발 능력, 노조 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배구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요타의 오늘을 만든 하이브리드 차량,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결국 지배구조의 차이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츠 부회장은 GM이 하이브리드 개발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사회의 반대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 톤이 강렬해졌다.
그는 하이브리드 논의가 본격화했을 때 개발을 더 진행시키려면 매년 200만달러의 적자가 날 것이라는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답은 "당신, 완전히 돌았소(Are you completely insane)?"였다고. 재무 부서에서도 주주들에게 소송당할 수 있다며 결사반대했다고 털어놨다. GM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루츠 부회장은 "200만달러의 적자를 두려워하던 이사회가 30억달러의 광고 예산은 두말 않고 허가해줬다"며 "그 결과가 바보같은 광고들"이라며 한 자동차 잡지를 펴 보였다.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은 청소년들이 시보레 옆에서 `cool`을 강조하는 광고다. 그는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지도 못할 이런 광고를 보고 누가 차를 사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루츠 부회장은 "도요타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지만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몇몇 경영진들이 `난 신경 안 써`라고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요타는 공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기업(private company)에 가깝다"며 "반면 GM은 이사회의 힘이 너무 세다"고 토로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