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석유바람에 도약하는 카자흐스탄 경제

  • 등록 2006-12-15 오후 1:45:35

    수정 2006-12-15 오후 2:14:39

[알마티=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카자흐스탄은 이제 더 이상 강대국의 간섭을 받을 만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의 자원 문제는 우리가 결정한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정당회의에서 남긴 이 발언은 외신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약소 석유수출국에 불과했던 카자흐스탄이 이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석유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선언과도 같기 때문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가진 자신감의 배경은 물론 석유다. 석유는 카자흐스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자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

카자흐스탄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000년 이후 10% 내외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1인당 국민소득(GDP)도 지난 2000년 1230달러에서 지난해 3771달러로 5년만에 세배로 급증했다.

이 모든 성과는 최근 유가 급등과 직결된다. 지난 1990년대 초만 해도 배럴당 20달러 주위를 맴돌던 국제 유가(WTI)는 최근 70달러를 웃돌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덕분에 경제성이 없어 관심밖에 있던 유전마저 금값으로 치솟게 됐다.

세계 석유회사들이 앞다퉈 유전개발 투자에 나서면서 유입되는 투자자본은 해가 다르게 늘어나고, 덕분에 일자리도 많아지고 있다.

또 지속적인 유전개발은 하루 석유 생산량을 130만배럴 규모로 최근 10년 간 7배 끌어올렸다.

카자흐스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 1999년 18억달러에서 2004년 40억달러로 불어났으며, 실업률은 지난 2000년의 13% 수준에서 최근 8%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중앙아시아의 신흥 부국 부상

카자흐스탄 최대 상업도시인 알마티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과거 가난한 독립국가의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는 차들로 가득하고, 쇼핑몰은 돈을 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심 한켠에는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부촌`이 들어섰고, 이곳저곳에 고급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또한 값비싼 아파트 건물의 1층 상가에는 다양한 명품 숍이 들어서 있으며 한국 음식 코너를 따로 갖추고 있는 있는 재래시장은 활기로 가득하다.

`중앙아시아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은 세계 9위 면적의 국토에 1000억배럴에 이르는 원유 매장량(세계 7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 `복 받은 땅덩이` 덕분에 매년  석유 수출로 100억달러(약 9조30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이 수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1인당 GDP 5800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동유럽의 체코, 헝가리, 폴란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회기반시설 확보는 `고민거리`

"거리의 자동차 수가 해가 다르게 늘고 있어요. 교통체증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알마티에서 트럭운전을 하는 누르삿 가프로브(25)는 "매일 같이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면서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접촉사고도 많이 나고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으로 유례없는 고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산유국들은 대부분 똑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석유수출을 통해 급작스럽게 나라가 부유해지고 있긴 하지만, 향후 유가가 떨어질 경우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뒷받침해줄 만한 교통과 정보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제조업을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대부분의 생필품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휴대폰도 대부분 유럽이나 한국, 일본 등지에서 사오고 있다.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제조업과 첨단 과학기술산업 육성,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주요 과제로 하는 2015년까지의 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했다.

또한 교통·통신 분야가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2030년까지 이 분야에 약 2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신규로 건설된 IT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IT 산업 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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