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뒤통수만 봐도 알아” 주저앉은 소방관, 아내의 한 마디에 ‘뭉클’

  • 등록 2023-06-23 오전 10:31:05

    수정 2023-06-23 오전 10:31:05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부산 해운대 호텔 화재 현장에서 찍힌 정형호 소방관의 모습이 네티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사진이 찍힌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며 아내가 건넨 한 마디에 울컥했던 일화도 전했다.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 호텔에서 난 화재 당시 진압 도중 찍힌 소방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2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대 정형호(44) 소방위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층까지 두 번, 17층까지 한번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인명구조를 하다 보니 1000m(왕복)를 세 번 달린 느낌이었다”며 “장비를 교체하는 동안 방호복을 잠시 벗고 열을 빼내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다시 빨리 올라가 투숙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운대 호텔에서는 지하에서 발화해 연기가 위쪽으로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정 소방위는 “지하에 불이 나면 연기가 갇혀 진입이 힘들어 진화가 어렵고 연기가 순식간에 비상계단 등 대피로로 올라와 탈출 공간이 한정된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겁이 나기도 한다”는 그는 “연기가 분명 위로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어 어떻게든 빨리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화재 상황에 대해 정 소방위는 “도착 당시 이미 비상계단에 연기가 가득한 상황이었고 7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투숙객 30∼40명을 만났다”며 “유해가스를 한 모금만 마셔도 패닉이 온다는 걸 알기에 일단 시야 확보를 하며 투숙객들이 1층까지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투숙객에 보조 마스크를 씌워 1층으로 구조했고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며 17층까지 가다가 1층으로 뛰어 내려와 장비를 교체하고 숨을 골랐다. 그때 정 소방위의 모습이 찍힌 것.

이후에도 정 소방위는 객실 수색을 위해 11층부터 15층까지 전 객실을 수색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던 탓에 객실에 남아 있던 투숙객도 있었다고.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해당 사진이 화제가 된 후 이를 모르고 있던 정 소방위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소방위는 “얼굴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봤냐고 했더니 ‘남편 뒤통수만 봐도 나는 안다. 고생했다’는 아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일 오전 9시 30분쯤 이하 6층에서 시작된 해운대 호텔 화재는 4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1~5층에 주차된 차량 151대가 피해를 봤고, 소방관 3명이 다쳤다.

또 투숙객 3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피해가 경미해 부상자로 집계되지는 않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발화 지점은 호텔 지하 6층 매트리스 등이 쌓여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지하에서 화재 경보가 제대로 울렸는지, 이후 관계자가 안내방송 등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며 “감식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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