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학점관리 문제로 시끄럽다. 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 배점 반영과, 학점에 대한 기업의 신뢰 회복 등을 내세워 A학점 남발을 막겠다는 입장이나 학생들은 “학점은 취업과 직결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외대는 상대평가 확대 소급적용
중앙대는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재수강 횟수 3회 제한 △재수강 시 최고학점 A에서 B+로 조정 △재수강 가능 최저학점 C+에서 D로 조정 △재수강 취득학점에 별도표기 등의 내용을 담은 재수강 제도 개선 방안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도입 이유는 “학점의 신뢰도를 높이고 학생들의 무분별한 재수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외대는 2014학년도 2학기부터 이전까지 절대평가로 점수를 매겼던 소규모 강의(20명 미만)나 원어 강의도 모두 상대평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부터 도입 예정이었으나 소급적용했다. 덕성여대는 지난 2학기부터 A학점 비율을 종전 30%에서 20%로 줄였고, 서울여대는 올해부터 모든 원어 강의에 상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구조개혁평가 점수 끌어올리려 학점 깎아
대학들이 앞다퉈 성적 평가 방식에 칼을 든 주된 이유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성적 분포의 적절성’이어서다. 교육부는 교육 여건·학사 관리·학생 지원·교육 성과 등을 토대로 평가를 실시, 정원 감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위권(A~C 등급)대학은 비교적 정원을 적게 줄여도 되지만 하위권(D~E등급)은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이 중 A학점이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성적 분포의 적절성’ 항목은 전체 60점 중 1점을 차지한다. 전체 대학의 평균 수준 이상이면 항목 만점인 1점을 받고 이에 못 미치면 부분점수를 받는다.
홍익대도 같은 이유다. 홍익대 총학생회 측은 “학교 측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에 ‘성적 분포의 적절성’ 등의 항목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 시 불이익을 우려한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다. 중앙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학점은 취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후배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대다수의 학생은 재수강 제도 변경에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 대학이 학점 관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중앙대 학생들 성적을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들과 차등해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학생들은 지난 2일 서울북부지법에 대학본부와 총장을 상대로 ‘성적평가원칙 변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대학들의 학점 평가 방식 변경이 구조개혁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대림 교육부 대학학사평가과장은 “성적 평가 적절성 항목은 평균만 넘으면 1점 만점이고 못 미쳐도 부분점수를 주기에 전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구조개혁 평가는 재정 지원 제한대학 선별 때처럼 소수점 점수까지 따져 등급을 나누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관계자는 “정원 감축은 대학 입장에서는 워낙 중대한 사안이어서 점수를 0.1점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점 관리 강화는 예산 투입 없이 평가 점수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확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