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개집에서 계속 살라는 거냐"

서울시 재건축 보류 개포 주공1단지 가보니
"소형주택비율 50% 요구는 억지..박시장 만났으면"
  • 등록 2012-04-09 오전 11:23:36

    수정 2012-04-13 오전 12:55:04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9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류의성 박종오 기자] "개 집 같습니다. 올 겨울도 추위에 떨었습니다. 여름엔 더 걱정입니다. 누수 때문에 아래층 위층 싸우는 집도 많고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아파트. 이 단지에 대한 서울시의 재건축정비계획안 보류 결정이 전해지자 이 곳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주공1단지 재건축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주민 유아무개(70·여) 씨는 재건축 결정이 늦어지면서 언제까지 이런 집에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지난 겨울에는 아파트 가스관에 물이 차 추위에 떨어야했다. 올 여름도 걱정이다. 천정에서 물이 새는 집들도 많다.

유씨는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유씨가 이곳에 입주한 것은 2008년. 2006년 최고가를 찍은 강남 재건축 시세가 잠시 주춤했을 때, 아파트를 구매한 것이다. 집 값은 그 때보다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유씨는 “여기 집을 가진 사람 중 3분의 1은 대출을 끼고 들어온 사람”이라며 “재건축이 안 되면 모두 떼거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재건축안이 통과돼 `개 집`이 아닌 `새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 재건축정비계획안이 보류된 개포 주공1단지아파트 입구



    다른 주민인 박아무개(59·여) 씨는 외부인의 시각에 불편한 내색을 비쳤다. 그는 "우리보고 투기세력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더라"며 "팔고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내가 떠나면 누군가는 들어와서 살텐데..그 사람도 투기세력인가. 우리도 그도 서울시민이다"고 말했다.   ◇"작은 집 일방 강요말고 서울시도 양보해야"  이무환 개포주공1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사무장은 서울시의 태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이 바뀌면서 그간 추진해온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버리면 이때까지 `기존 기준`에 맞춰 준비해온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최소한 우리 쪽 사정이 어떤지는 들어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기준이란, 재건축시 주택 비율을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20%, 60~85㎡ 40%, 85㎡ 초과 40%로 규정한 서울시의 '2-4-4' 도시계획조례를 말한다. 서울시는 개포주공 1단지 아파트의 경우 시 조례가 아닌, 중·소형 비율을 60%로 규정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소형주택의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그만큼 중·대형 비율을 줄이라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1·2인 가구 및 공공성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 사무장은 서울시가 ‘소형주택 비율 50%’라는 원칙을 고집하는 한, 조합과의 타협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역시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서울시의 안을 보면, 재건축 뒤 1단지에서 서울시가 챙겨가게 될 임대주택들 크기가 20~25평형”이라며 “우리에게 작은 집을 강요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 것을 작은 크기로 나눠, 소형주택 숫자를 늘리겠다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후보들보다 박시장 빨리 만났으면.."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곳에도 강남을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합에 따르면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미 조합을 방문해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5일 재건축정비계획안이 보류된 개포 주공1단지아파트 외부에 걸린 현수막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도 이 곳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후보들 얼굴보다 문제를 해결해줄 박 시장을 빨리 보고싶다는 반응이었다. 노골적인 반응도 터져나왔다.   박씨는 “이곳은 한나라당 텃밭이었습니다. 그런데 강남타이틀만 있지 혜택은 없었어요”라며 “이제 진절머리가 납니다. 우리를 미끼로 삼은 사람들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총선 이후 예정된 박 시장의 현장방문을 내심 고대하고 있다. 박씨는 “그가 정말 우리 얘기에 귀 기울여줄지 걱정”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와 관련, 장덕환 개포주공재건축 연합회장은 “선거가 끝나면 서울시와 협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세 지속될 것" 주공1단지아파트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재건축이라는 변수가 호재로 작용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워낙 깊다는 설명이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1단지의 경우 가구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시장 반응이 즉각 반영된다. 그만큼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1500가구가 넘는 13평형대가 그렇다. 요즘 이 평형대의 가격이 많이 빠졌다. 작년말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됐을 때 7억2000만원까지 오른 뒤, 현재는 6억25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매물은 나오는데 거래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주부터는 거래도 거의 끊기며 가격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 개포 주공1단지아파트 내부 상가에 몰려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들



        다른 공인 중개사는 "언론에선 박 시장의 당선 이후 재건축 매매가가 떨어졌다고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그가 당선되기 전인 지난 9월말부터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 뒤 재건축이 승인된다 해도, 전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1단지 시세만 반등하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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