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슨 일인지 삼성전자(005930)가 결정을 바꿨다. 삼성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회사인 SMD의 흡수합병을 포기하고, 대신 삼성전자 내 LCD 사업부를 분사해 SMD와 합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1일 삼성 고위 관계자는 "SMD를 흡수합병을 줄곧 검토했지만, SMD 지분을 인수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LCD 분사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삼성LED 인수 때와는 "주주가 달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삼성LED는 헐값에 인수했는데.. 삼성LED와 SMD는 상황이 비슷했다. 삼성LED는 삼성전기(009150)에서 하던 LED 사업을, SMD는 삼성SDI(006400)의 OLED 사업을 각각 떼어 내 삼성전자와 공동 출자 형태로 설립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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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LED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LED 사업을 흡수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에 약 2800억원을 지불한 것을 두고 '헐값 매입' 논란에 휩싸였을 만큼 삼성전자는 싼값에 삼성LED를 인수했다.
삼성LED 지분을 싼값에 넘겨준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삼성전자는 그만큼 좋은 가격에 삼성LED를 인수할 수 있었다.
비상장사인 SMD도 역시 삼성LED와 똑같은 방식으로 인수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SMD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는 삼성전자 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주주가 많았다.
◇ SMD는 국민연금 등 '눈치 볼' 주주 많아 삼성SDI에는 최대주주인 삼성전자(20.38%) 뿐 아니라 국민연금(9.14%), 한국투자신탁운용(8.03%) 등 기관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 16.45%를 합하면, 이들 지분율은 33.62%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을 웃돈다.
삼성전자가 삼성LED를 인수했던 가격산정 방식을 SMD 인수 때에도 그대로 적용했다간 국민연금 등 삼성SDI의 주주들이 불만을 표출할 게 뻔하다. SMD 지분을 싼값에 넘기면, 삼성전자에는 유리하지만 삼성SDI의 주주 가치가 그만큼 훼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LED 때는 상황이 달랐다. 삼성LED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겨준 삼성전기는 삼성SDI처럼 신경 쓸 주주가 많지 않았다. 삼성전기에는 삼성전자(23.69%) 이외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한국투자신탁운용(5.8%)이 유일했다. 눈치 볼 곳이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LCD 사업부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싼값에 SMD를 인수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LCD를 떼어 내고 SMD와 합쳐 별도의 디스플레이 전문회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사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LCD를 분할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거래처의 다양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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