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스포츠, 나는 ‘마케팅’[TV]

  • 등록 2011-10-05 오전 11:29:59

    수정 2011-10-05 오후 4:26:58

                         [이데일리TV 이민희 PD]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의 전유물이었던 TV 광고 모델이 스포츠 스타에게로 쏠리기 시작했다. IMF 시절 온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던 박세리 박찬호의 광고를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태극전사와 박지성,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그리고 수영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공익광고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포츠 스타들이 이제는 전자제품, 이동통신, 식음료에서 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등장하지 않는 광고가 없을 정도다.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기법은 이제 대세가 됐다.

김기한 서울대 글로벌 스포츠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소통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스포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스포츠 마케팅의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은 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상품 판매 촉진이나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각종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각 종목별 대회 명칭이나 기념품에 회사나 브랜드명을 삽입하는 특권을 부여 받고 경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스폰서 마케팅’이다. 타이틀 스폰서를 지원하는 기업은 대회의 인기가 올라가고 화제가 될 때마다 기업과 상품의 마케팅 역시 상승효과를 얻게 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첼시FC의 스폰서를 맡고 있다. 유럽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삼성은 첼시FC의 스폰서 마케팅 이후 유럽 매출액은 2004년 135억 달러에서 2008년 247억 달러로 83% 성장했으며, 브랜드 인지도 역시 33%에서 48%로 껑충 뛴 ‘스폰서 마케팅’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스포츠 경기 자체를 후원하거나 광고비를 지원하는 ‘후원 마케팅’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중심으로 국제스포츠경기의 후원사가 되거나 현장과 미디어 중계에 광고를 노출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이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북미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에 광고주로 참여했다. 전 세계 180개국에 생중계된 경기에 35억 원의 만만치 않은 광고비를 지불했지만, 광고 직후 홈페이지 방문객은 열배 가량 증가하고 2008년 3% 수준이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11년 9.4%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세 번째는 스타선수 지원 및 광고 노출을 통한 ‘매니지먼트 마케팅’이다. 1980년대 신흥 기업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의 가능성에 투자했다. 이후 그의 눈부신 활약에 의해 ‘에어조던’이라는 브랜드로 나이키를 세계 최고의 스포츠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타이거 우즈와도 5년간 4천만 달러의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뒤 골프의류 시장 1위, 골프신발 시장 2위를 차지하는 등 매출이 60%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얻어냈다.

국내에선 KB금융이 김연아마케팅에서 재미를 봤다.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때 우대금리를 제공했던 ‘피겨퀸 연아사랑적금’이 한 달 만에 약 1000억원, 약 2만2000구좌를 모집한 것이다. 대웅제약 역시 대표제품의 광고모델로 축구선수 차두리를 발탁해 지난해 매출규모를 월 평균 18억 원에서 67% 상승한 30억원으로 올리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스포츠 마케팅이 다양해지면서 스포츠 경기 자체와 구단 운영의 중요성 역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스포츠 자체가 활력을 잃으면 스포츠 마케팅도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니, 긱스, 박지성 등 수많은 축구스타들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명문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성공적인 구단 운영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Forbes)'의 조사에 따르면 맨유의 구단가치는 약 18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조 원)에 달한다.

맨유의 수익구조는 단순히 경기장 수입 이외에도 중계권료, 스폰서십, 캐릭터 상품 등과 같이 다양하다.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포트 구장에는 100년 맨유 역사를 둘러 볼 수 있는 맨유 박물관이 있다. 메가 스토어와 카페 등 하나의 테마파크를 연상시킬 정도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이제 맨유는 하나의 축구클럽뿐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이며 거대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의 세이부 라이온스 구단도 비슷한 사례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구단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구단 중 하나다. 세이부 라이온스 연고지인 도코로자와의 인구는 다른 11개 구단에 비해 1/3 규모에 지나지 않지만, 올해 팀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흑자경영을 일궈냈다.

아라하다 마사하키 구단 본부장은 “팀과 선수를 어떻게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과, 마케팅 요소를 잘 적용시켜 팬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흑자경영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또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된 스포테인먼트를 지향한다는 히로세 이치로 스포츠종합연구소 대표의 생각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디즈니랜드를 경기장의 라이벌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야구나 축구가 어떻게 디즈니랜드를 이길 수 있을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의 인기만큼이나 기업과 구단의 노력과 연구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문화 후원의 차원을 넘어 수익이 보장된 확실한 투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고, 기업의 글로벌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미래에 대해 김도균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브랜드 노출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기업의 공익적인 면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스포츠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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