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름 값을 연착륙시켜달라”고 주문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칼을 빼들었다. 이번에는 주유소다. 가격 비싼 주유소 500곳의 장부를 직접 들여다보겠단다. 3개월간 기름값을 할인한 정유사에 이어 주유소 손보기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전국 평균 기름값이 리터(ℓ)당 2000원을 넘지 않도록 묶어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정유사, 주유소 팔 비틀기로 기름값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천천히 올려도, 주유소들이 부당 이득을 취하지 않아도 국제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가격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가 올들어 7개월째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온갖 압박을 가했지만 기름값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기름값 인하 종료가 끝나기 무섭게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선을 훌쩍 넘어섰다.
기름값의 절반은 세금이다. 유류세를 손대지 않고서는 기름값을 낮출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효과는 적고 세금만 축낸다`는 논리를 들어 유류세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말 효과가 적을까. 정부는 2008년 3월 유류세를 10% 인하해 그해 말까지 적용했었다. 부가가치세도 함께 줄어 결과적으로 90원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었다. 최근 정유사들의 가격인하 폭 만큼 떨어진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득을 본 것은 정유사만이 아니다. 정부의 세수도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1분기 거둬들인 원유수입 관세는 65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28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기간 원유 수입액이 25조6583억원으로 전년비 40%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소비량도 늘어 소비자로부터 받는 유류세와 부가가치세도 7307억원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석유 관련 세금은 지난해보다 4조원 이상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은 공공요금이 아니다. 정유사도 공공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가격에 개입해 온 것은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닌가. 이제 정부가 아름다운 마음으로 유류세를 낮출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