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만난다. 바로 현금이 풍부한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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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조원 클럽’이 주인공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23년 9월 말 기준 상장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1000조원에 달한다. 이들이 들고 있는 현금 지팡이가 꽁꽁 언 부동산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넥슨은 4900억원이라는 ‘대형 지팡이’로 대치동 ‘현대 오토웨이타워’를 두드렸다. F&F는 1,600억원으로 강남역 인근 빌딩의 문을 열었다. 한미반도체는 도산대로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숫자는 이야기의 진실성을 더해준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업의 리츠 참여는 전년보다 35% 늘었다. 반면 자산운용사들의 부동산 펀드는 20% 줄었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답은 단순하다. 돈이 있는 사람이 값싼 시기에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이다. R.A는 서울 프라임급 오피스 가격이 2021년 최고점 대비 15~20%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삼정KPMG는 코스피 상장사들의 현금이 2019년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했다.
시장 전체가 봄날의 햇살을 받는 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여전히 10%를 웃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깨어나지 못한 건물들이 많다.
분명한 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기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과거 금융 자본의 무도회장이던 이곳에 새로운 귀족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단순히 춤추는 것이 아니라, 무도회장 자체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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