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다음달 25일 개최가 유력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체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전당대회 룰(규정) 개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 경선 2위를 사실상 부대표 격인 수석최고위원으로 앉히는 ‘2인 지도체제’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특위)는 전날(5일) 회의에서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 이를 절충한 하이브리드 지도체제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경선 차순위자를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지난 2004년에 도입했지만, 2016년 당시 김무성 당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親박근혜)계 갈등이 불거지며 12년 만에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별도로 치르는 단일지도체제로 복귀했다.
| 황우여(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헌당규개정특위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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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체제 개편이라는 화두는 황우여 위원장이 던졌다. 황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대표 유고시 집단지도체제에선 수석최고위원이 승계하지만 단일지도체제에선 당이 무너지고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한다”며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듯 (당대표에 준하는 역할을 할 사람을) 1명 더 뽑으면 당이 안정될 것”이라고 2인 지도체제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그는 전날 원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지도체제 관련 당내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인 지도체제에선 수석최고위원이 당대표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유력한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말 당 워크숍에서 “건강한 당정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이브리드 지도체제를 평가한 반면 나경원 의원은 지난 4일 YTN라디오에서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했을 때 ‘봉숭아학당’이 돼 이도 저도 못하는 당이 될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3040 공부모임 ‘첫목회’에선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윤희숙 전 의원은 “궐위 시에 대비하는 것처럼 나온 절충형 지도체제는 어리둥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도 “한동훈·유승민·나경원 등을 지지하는 세력과 당원의 결이 다르다”면서 “이를 다 담을 수 있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도체제 개편을 발목 잡는 또 다른 걸림돌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결정 시한이다. 특위는 오는 12일까지 룰 개정 논의를 마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근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도 지도체제를 논의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이 분분한 지도체제와 달리 ‘당대표·최고위원을 당원 투표 100%로 뽑도록 한 규정’은 손 보기로 의견이 모였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흔들 정도로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은 당심을 훼손하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었다”면서 일반 여론조사(민심) 반영 비율이 20~30%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