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느냐 없애느냐를 두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기아 노사가 지난 12일에 이어 13일에도 마라톤 협상을 이어간다. 전날 자정 직전까지 협상을 진행했지만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예고됐던 파업 역시 이틀 연속으로 잠정 보류됐다.
13일 기아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1시부터 15차 본교섭 재개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기아는 앞서 12~13일, 17~19일 각각 총 8시간, 20일에는 총 12시간 파업을 예고한 바 있지만 교섭을 진행하는 날에는 정상근무를 하기로 해 파업은 여전히 보류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 기아 오토랜드 광명.(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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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이번 교섭에서 중식시간 5분 연장 조건으로 전 공장 0.5 UPH-UP(라인에서 1시간당 생산하는 제품 수량), 2028년 양산 목표로 화성 소재공장 부지에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공장 신설 등을 새로운 제시안으로 꺼내들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사 양측은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단협 27조 1항은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아에 오래 다닌 직원 자녀에게 우선 입사의 기회를 준다는 게 골자인데, 이는 균등한 취업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 시정 명령을 내리고 해당 조항의 수정을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지난 4월 노사 대표를 입건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단협에서 이 조항을 폐지할 것을 노조에 요구해왔지만 노조는 사측의 요구를 개악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맞서고 있다. 연말까지 신입사원 300명을 채용하고 5년간 기아 직원 자녀 1000명에게 해외 봉사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주니어 글로벌 봉사단’도 운영하겠다는 사측의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기아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파업 진통을 겪을 예정이다. 게다가 올해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무분규 타결에 실패하는 회사로 남게 된다. 다만 노사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지 않고 마라톤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막판 대타협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고용세습 조항 유지 외에도 기아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과 함께 △정년연장 즉각 실시 △신규 인원 추가 △신사업 및 신공장 확대 △복지제도 확대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