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뒷마당' 쿠바에 도청기지 세우기로 비밀 합의"

WSJ "中, 대가로 쿠바에 수십억달러 지급키로"
"쿠바서 美남동부 통신 정보 수집·선박 감시 가능"
쿠바 "완전한 거짓" 강력 부인…美 "중-쿠바 관계에 우려"
  • 등록 2023-06-09 오전 9:52:17

    수정 2023-06-09 오전 9:52:17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이 쿠바에 미국 도청 기지를 건설하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바는 해당 보도를 강력 부인했고, 중국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한 미겔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왼쪽)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WSJ은 기밀 정보에 정통한 미국 관리를 인용해 중국과 쿠바가 미국의 움직임을 도청·감시하기 위한 시설 건설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도청 기지 예정지나 실제 도청 기지 건설에 착수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약 100마일(약 160.9㎞)에 불과한 거리에 위치해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린다. 쿠바에 도청 기지가 들어선다면 중국 정보기관은 미 군사 기지가 몰려 있는 미 남동부 전역의 전자메일, 전화 통화, 위성 통신을 비롯한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보도에 쿠바 외교부는 “완전한 거짓”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부 차관은 로이터통신에 “해당 보도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경제 제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미국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주재중국대사관은 “아는 바가 없어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부정확한 정보”라면서도 “미국은 중국과 쿠바의 관계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사안에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측이 대만 상황을 들어 쿠바 기지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대만 해협과 대만 상공에서 군사 훈련을 벌이는 것과 비슷한 행위라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쿠바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은 “미국 뒷마당에 첨단 군사 및 정보 능력을 갖춘 중국 기지가 건설되면 전례 없는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1962년 소련 미사일 위기를 거론했다.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직전까지 위기가 고조되자 소련은 기지 건설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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