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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으로 육송 출하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철강업계다. 국내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화물연대가 파업을 시작한 24일 0시를 기해 육송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상반기 기준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 2만톤(t), 광양제철소에서 1만5000t의 물량을 육로를 통해 운송하고 있고 현대제철은 당진·인천·포항·순천·울산공장 등 전국 5개 사업장에서 하루 평균 5만t의 철강재를 출하하고 있다.
이중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여름 태풍 피해로 일부 공장라인을 가동하지 못해 생산이 감소한 상태임을 고려해도 두 철강사가 하루 출하하지 못하는 철강재가 7만톤(t) 이상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철강사들은 긴급재 운송을 위해 대체차량을 동원하거나 해상, 철도로 물건을 출하하는 방법을 찾고 있으나 운송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송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루 평균 수만톤의 철강재가 외부로 반출되지 못하고 공장에 쌓이는 중”이라며 “만약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장 내부에도 제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 자칫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철강재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연관된 산업이 다양한 만큼 출고 지연이 길어지면 산업 전반에 걸친 피해는 불가피하다.
정유업계도 출하 차질로 인한 매출·수출 손실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업체 차량 운전자의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져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주유소 유류 공급 차질로 서민 불편도 가중될 수 있다.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상근부회장은 “주유소가 정유업계와 협의해 재고를 많이 확보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동차도 못 움직이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파업 일주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는 아직 생산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업 장기화로 인해 ‘6월의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파업 당시 화물연대는 현대차와 기아 공장 출입을 금지하는 등 완성차업체를 주 타깃으로 삼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일부 공장에서 완성차를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를 몰아서 이송하는 ‘로드 탁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납품 지연에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한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해 지난 23일~25일 오후 6시까지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총 31개사로부터 53건이 접수됐다. 신고사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납품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로 전체의 45%(24건)를 차지했다.
일례로 식품 시즈닝(양념)을 수출하는 한 업체는 수출물품 출고 지연으로 해외 바이어에게 물량 공급 계약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해외 바이어가 해당 업체에 배상금 지급 요청을 준비하고 있고, 해외 현지에서 대체 거래선을 찾고 있어 향후 수출물량 축소까지 우려되고 있다. 또 김치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김장철을 맞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물류 차질로 김장 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정부는 물류피해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업무개시명령’을 예고한 가운데 28일 화물연대와 파업 시작 이후 첫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교섭에서 양측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여부’ 등에 관해 협상할 예정이다. 다만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국토부 장관이 운송 사업자나 운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업무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이다. 운송 사업자나 운수 종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화물운송사업자 면허도 취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