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2022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Transition)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힘줘 말했다.
이는 최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이어지는 등 경영에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위기 속 최 회장이 꺼내 든 전략을 함축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 회장은 데이터 기반 경영 전략 실행과 함께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해왔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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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 중 폐막 연설을 통해 그룹 내 CEO들에게 선제 위기 대응을 주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도 기업 가치를 높일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최 회장은 2020년 10월 CEO 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란 화두를 던진 이후 줄곧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할 것을 강조해왔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고객, 투자자,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성장 스토리’를 만드는 전략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최 회장은 “ESG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을 CEO들에게 요구했다. 또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data) 기반의 경영 전략 실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데이터를 다루는 각 사 최고재무책임자(CFO)기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최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각 계열사에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도록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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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에서 SK그룹 CEO들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위기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을 점검하고, 각 요인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CEO들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과 지정학 현안,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각 계열사가 각자의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보탰다. 그는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글로벌 1위 수준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야 하며,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미래 성장 분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장은 이어 “경쟁자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경제적 해자(垓子)’를 갖춘 기업만이 장기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회사별로 이른 시일 안에 ‘경제적 해자’를 만들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보완해 기업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번 세미나 기간 CEO들은 △경영시스템 2.0 구축과 연계한 SKMS(그룹 고유의 경영철학과 방법론) 업그레이드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이사회 역할·역량 강화 △2030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방안 등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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