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 무대 노주현 "이 매력에 빠지면 못 헤어날 듯"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서 루게릭병 환자 역
"감회 새로워…2인극·소극장 처음
죽음에 대한 생각도 바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등록 2015-04-05 오후 2:26:00

    수정 2015-04-05 오후 3:24:49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배우 노주현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모리 슈워츠 교수 역을 열연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연 90분 내내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다. 후반부에는 소파에 누워 있는 것이 전부다. ‘콜록콜록’ 기침을 연신 뿜어내고 숨을 헐떡이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리허설. ‘루게릭병’ 환자로 변신한 배우 노주현(69)이 모습을 드러냈다. 40년 만에 서는 연극무대다. 1968년 T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노주현은 1976년 연극 ‘죄와 벌’ ‘이어도’를 끝으로 TV 활동에만 전념해 왔다.

오랜만에 선 연극무대는 미치 앨봄의 동명소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원작으로 한 작품. 죽음을 앞둔 스승이 제자에게 전하는 ‘인생수업’을 그린다. 극에서 노주현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점 파괴돼 거동이 어려워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모리 슈워츠 교수 역을 맡았다.

노주현은 “모처럼 연극무대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2인극도 소극장도 처음이다. 좁은 공간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작품을 하기 전엔 죽으면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모리의 대사처럼 죽음은 목숨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매번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작품에 매달릴수록 확신이 들었다.”

연극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모리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노주현은 “다만 영화처럼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없고 연습시간도 많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며 “모리의 점점 쇠락해가는 흐름이 관객에게 서서히 스며들 수 있도록 표현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좋은 작품만 있다면 연극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노주현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앞서 다른 2인극의 섭외도 받았다”며 “예전에 원작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것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동기가 됐다. 우리 같은 연배의 배우가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자주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상대 역인 미치 앨봄 역은 배우 오민석이 맡았다. 연출은 황이선이다. 공연은 19일까지.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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