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자의 정책이나 말 한마디, 인맥에 따라 관련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이른바 '대선주자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다.
대선주자 테마주의 등락은 대선주자들에게도 관심거리다. 테마주의 주가가 이들 대선주자들의 몸값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테마주가 올라가면 대선정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박근혜 선두 정몽준 이재오 오세훈 뒤따라
7·4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자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가 부각됐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전면에 부상함에 따라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전당대회 이튿날인 5일 증시에서 박 전 대표의 공약인 '저출산대책'과 연관된 저출산 테마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아가방컴퍼니, 매일유업, 능률교육 등 박 전 대표의 공약 및 정책 관련주들이다.
다른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관련주인 현대통신은 정 전 대표의 대권도전 시사발언후 주가가 올랐다.
작년말에는 이재오 테마주가 형성됐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김문수 경기지사 등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30여명과 송년회를 갖고 차기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자전거 관련주인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 에이모션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차기 대권에 대한 기대로 테마주가 형성됐다. 친환경 전기버스를 운영하겠다는 발언에 전기차 업체인 'CT&T', 'AD모터스', '삼양옵틱스'가 오세훈 테마주로 묶였다. 김 지사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적극 추진한 덕에 철도 관련주가 김문수 테마주로 형성됐다.
◇야권, 4·27 재보선 결과에 따라 운명 엇갈려
지난 4·27 재보선의 결과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테마주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재보선 직후 증시에서는 '손학규 테마주'들이 상승했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친분 때문에 '손학규 테마주'로 꼽히는 한세예스24홀딩스는 장이 시작하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다.
손 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출마한 4·27 재보선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상황이 고스란히 테마주에 반영된 셈이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이 지역의 승리로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강한 동력을 확보했다.
유 대표는 재보선 패배로 '정치생명이 다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다.
당시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놓고 민주당을 상대로 '벼랑끝 전술'을 펼쳤음에도 본선에서 한나라당에 패했다.
김해는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서 '친노(親盧) 정당'인 참여당이 친노세력의 '성지(聖地)'에서 패배해 당 존립 근간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동시에 참여당의 원내 진입을 성사시켜 내년 총선 및 대선에서 교두보를 구축하겠다던 유 전 대표의 목표도 좌초됐다.
◇ 대선테마주, 과거 17대 대선보다 조기 형성 정치인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7대 대선인 2007년 부터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이자 당선이 유력했던 이명박 후보가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자 건설주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4대강 관련주인 '이화공영'은 '이명박 테마주'로 급부상하며 그 해 30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 테마주는 지난 대선 때보다 1년 이상 앞당겨졌다. 대선주자들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대선을 1여년이나 앞둔 시점에서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각종 대선주자 지지율 관련 여론 조사를 종합해 보면 박 전 대표가 30%대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다른 대권주자들의 테마주 폭발력은 박 전 대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