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카드는 `고객이 제 발로 걸어오는`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신용카드는 마케팅 전화나 선물을 제공하는 거리모집 등에 의해 수동적으로 발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일석삼조,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은행 통장만 만들면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장에 예금해준다. 더구나 소멸시효가 없어 포인트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적금이나 펀드 이체, 보험료를 납부할 때 포인트를 쓸 수 있다. 결국 일단 포인트가 통장으로 옮겨가는 순간 현금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더구나 결제계좌가 신한은행이기만 하면 포인트에다 연 4%의 이자까지 붙여준다.
하지만 고객에게 좋은 상품이라면 반대로 판매하는 금융사에게는 손해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카드 포인트 소멸액은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멸시효를 없앰으로써 그만큼 고스란히 손해보는 일을 벌인 것이다.
손실을 무릅쓰면서까지 에스모어 카드를 내놓은 이유는 중장기적인 판단 때문. 당장 눈앞의 작은 손해를 입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고객이 이익을 보면 거래 금융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비밀은 카드 결제계좌에 있다. 에스모어 카드의 모든 혜택을 다 누리려면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신한카드 고객 중 약 30% 만이 신한은행을 결제계좌로 연결해뒀다. 나머지 70%가 에스모어 때문에 결제계좌를 신한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은행을 끼고 있지 않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전업계 카드사들은 애초에 불가능한 방법이다.
금융사 입장에서 카드 결제계좌는 단순히 카드대금이 빠져나가는 통장 이상이다. 이는
◇ 5개월 우여곡절 끝에 탄생
에스모어 카드와 통장은 단순히 1회성 이벤트로 만들어진 상품이 아니다. 단계별 시너지 추진 전략에 따라 치밀히 기획된 것. 지주사 틀을 갖추면서 신한금융은 `통합시너지 3단계 전략`을 세운바 있다.
그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05년은 도입기였고, 2005년에서 2008년까지는 시장 표준을 만드는 때였다. 그래서 이 기간동안에는 그룹 통합 고객관리(CRM)마트를 구축하고, 은행 증권간 복합 점포 모델을 정립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
올해부터가 마지막인 3단계에 해당되는 시기로, 이제 통합 시너지를 통해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그 핵심은 470만명 수준인 그룹 교차거래 고객수를 2012년까지 배 이상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렇게 2500만명에 이르는 신한지주 고객의 교차 거래를 늘리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에스모어 카드와 에스모어 통장이었던 것. 하지만 아무리 중장기적으로 이득이라 해도 당장 손해가 나는 이 상품은, 금융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하기 쉬운 선택은 아니다. 신한지주는 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 5개월 이상 공을 들였다.
신한금융지주 각 계열사 전문가들이 모여서 `앞으로 신한금융의 대표 상품이 되고 기반이 될 상품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각사 실무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작업을 주도하던 신한지주 시너지 추진팀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각사의 CEO들이 결단을 내리면서 상품이 빛을 보게 됐다. 이규민 신한지주 시너지 추진팀 부팀장은 "일단 회사가 양보를 해서 고객에게 혜택을 드리면, 장기적으로 고객이 거래 많이 하게 돼 이득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이같은 전략은 저마다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은행권에서도 주목받는 사례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주요 은행들이 모두 지주사로 전환했지만 아직은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를 한데 모아 구색을 맞춰놓은 수준"이라며 "문제는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이냐인데, 여기서 신한지주가 앞서가고 있어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