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민건강권 확보`라는 대의를 걸고 대대적인 의약품 정비에 나선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력제품이 퇴출된 제약사들은 마케팅전략 차질, 제품 회수 및 폐기 비용 등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면 경쟁제품이 퇴출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체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총 4편에 걸쳐 사상 유례없는 의약품 퇴출을 겪고 있는 제약업계 사연속으로 들어가본다.[편집자]
◇ 자하거추출물 주사제 30% 퇴출
지난달 26일 식약청은 인태반 주사제 11개 품목에 대해 퇴출 결정을 내리고 이를 발표했다.
인(人)태반을 원료로 제조되는 의약품은 자하거추출물(갱년기장애, 28개 품목)과 가수분해물(간질환개선제, 9개 품목), 액상제(자양강장, 6개 품목)이 있다.
식약청은 이중 인태반추출물(자하거 추출물) 주사제 28개에 대한 임상시험 재평가를 실시하고, 11개 품목에 대해 허가취소·판매 중지 등의 조치를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그린플라주`(녹십자), `홀스몬주`(유니메드제약), `홀스몬에프주`(유니메드제약), `지노민주`(진양제약) 등 4개 품목이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해 퇴출 결정이 내려졌다.
`푸라렉신주`(대화제약), `뷰로넬주사`(비티오제약), `플라니케주`(중외신약), `파나톱주사`(케이엠에스제약), `뷰세라주`(하나제약), `리쥬베주`(휴온스) 등 6개 품목은 자진해서 제품을 회수키로 했다.
`플라센트렉스엠에프쓰리주`(한국엠에프쓰리)는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판매업무 정지처분이 내려졌다. 유용성 평가에 필요한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허가가 취소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28개 품목의 생산 및 수입실적은 총 362억원이다. 이중 11개 퇴출품목이 총 117억원 가량으로 32%를 차지했다. 시장의 30%가 퇴출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 녹십자 "2주 차이로···" 허탈-화성바이오팜 `화색`
이번 발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단연 녹십자(006280)다.
허가가 취소된 녹십자 `그린플라주`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77억5000만원으로 시장 1위 제품이다. 올해는 1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었다. 녹십자의 올해 총 매출 목표가 5161억원임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비중 자체는 크지않다. 그러나 이 제품은 녹십자가 성장제품으로 적극 육성해왔던 터라 충격이 컸다.
여기에 이 제품에 대한 퇴출 결정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녹십자는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임상재평가가 `2주 투여의 허가용법 및 용량`을 기준으로 이뤄져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4주를 기준으로 하면 약효가 증명된다는 논란이다. 식약청은 "녹십자측이 당초 허가받은대로 2주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녹십자측은 "처음 일본에서 수입해 허가를 신청할때 2주로 받았지만, 지금은 여러 조건들이 달라져 식약청이 탄력적으로 4주를 적용했다면 약효를 확실히 증명할 수 있었다"며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물론 회사 내외에선 녹십자의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5년 이후로 해마다 태반주사제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이 강화돼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공지된 식약청의 임상재평가에 대한 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2주로 하면 적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곳은 원료생산업체인 화성바이오팜이다. 이번에 유용성을 인정받은 17개 제약사중 15곳이 이 회사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15곳이 생산하는 제품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화성바이오팜은 지주회사 HS바이오팜(053950)이 지분 74.36%를 보유하고 있다.
HS바이오팜 관계자는 "자회사인 화성바이오팜의 원료가 국내 원료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용성이 입증됐는데, 이는 철저한 관리에 기인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혜가 어느 정도인지는 좀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적지 않은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태반 시장, 불신의 늪에 빠질까` 촉각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인태반 의약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인태반 의약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인데다, 소비자단체 등이 소송 등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올해 인태반 추출물 액제 및 가수분해물 주사제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몇 개의 제품들이 추가로 퇴출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소비자시민모임은 최근 "효과 없는 제품을 만든 제조사와 관리 감독에 대한 식약청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별탈없이 사용되던 제품이 한순간에 `물약`으로 매도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칫 인태반 제품에 대한 전체 이미지가 나빠져 인태반 의약품의 전체 시장이 사장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동안 과열조짐을 보여왔던 인태반 의약품 시장이 정화되고 차별화가 이뤄질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40%가 효능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60%는 효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제약사나 원료제조사가 더욱 노력한다면 소비자들의 신뢰 속에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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