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은 페루로부터 6400억원에 상당하는 호위함·상륙함 등 수상 전투함 수주에 성공했다. 현재 111억 호주달러(약10조원)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최종 제안서를 제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상전투함에 이어 잠수함도 폴란드, 캐나다,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줄잡아 80조원 가량의 대규모 수출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2024년 이후부터는 신조 잠수함 건조 계획이 없어 생산시설 유지 마저 어려운 한국의 잠수함 산업계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닌가. 지금 세계 잠수함 수출시장에서는 한국을 비롯하여 독일, 일본,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등 6개국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하고 있어 수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보배로운 구슬을 꿸 수가 없다.
잠수함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성능, 가격, 납기, 절충 교역 등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이 세계 각국에 170여 척을 수출하면서 잠수함 베스트셀러 국가로 등극한 것도 우수한 성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첫째, 정부와 군의 전폭적인 지원과 참여다. 독일 정부는 잠수함 성능 향상을 위해 해군 전문인력과 시험용 잠수함 등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기업의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선소와 장비 제작사는 해군에서 잠수함 운용 시 발견된 문제점들을 토대로 성능이 개선된 장비를 개발하고, 해군은 퇴역 잠수함을 이용하여 운용시험을 해준다. 독일이 자랑하는 잠수함 통합전투체계, SUT어뢰, AIP(공기불요추진체계)등은 이러한 민관군 협력 절차를 거치면서 성능개량에 성공한 대표적인 장비이다. 우리도 내년부터 1200톤(t) 잠수함이 한 척씩 퇴역해 훈련함으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런 절차를 잘 활용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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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독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해 건조한 1800톤 크기의 214급 잠수함도 성능 개량할 때가 되었다. 214급 잠수함 성능개량은 예산과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더라도 성능향상과 개별장비 수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대폭으로 추진해야 한다. 209급 잠수함에 적용된 성능개량 장비에 추가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전투체계, 잠항시간을 30%이상 연장할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와 성능이 향상된 AIP(공기불요추진체계), 고속기동 시 탐지거리를 현재보다 2배 정도 늘릴 수 있는 FAS(현측 배열소나) 등을 추가 탑재함이 바람직하다.
특히 운용 16년차가 되었지만 작전 중 고장이 나도 독일 기술자가 올 때까지 손도 못 대는 추진 전동기는 하루빨리 국산화해 교체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잠수함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독일의 잠수함 성능개량 정책을 벤치마킹함이 바람직하다. 정부와 군은 214급 잠수함 성능개량사업이 단순히 노후장비 교체나 기 국산화장비 교체 수준이 아니라 성능향상은 물론 수출까지 고려한 사업이 되도록 보다 광범위하게 계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