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은 규칙을 깨는 것…뮤지컬로 재탄생한 '스쿨 오브 락'

앤드루 로이드 웨버 최신작 국내 초연
시작부터 끝까지 강렬한 록의 향연
12인 아역 배우들, 라이브 연주까지 맡아
서울 공연 8월까지…부산·대구 투어 예정
  • 등록 2019-06-21 오전 9:15:39

    수정 2019-06-21 오전 9:15:39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2003년 발표한 ‘스쿨 오브 락’은 록 마니아라면 손에 꼽을 음악영화다. 주인공 듀이(잭 블랙)가 학생들에게 록의 역사를 가르치는 신은 명장면 중 하나다. 비틀즈를 시작으로 레드 제플린, 더 후, 섹스 피스톨즈, 핑크 플로이드, AC/DC, 주다스 프리스트, 너바나, 펄 잼 등 록 밴드들을 장르에 따라 칠판에 적고 열정적으로 록의 정신을 설명하던 잭 블랙의 열연에 열광하지 않은 록 마니아는 없을 것이다.

그 흥분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면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좋은 선택이다.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월드투어로 국내에 첫 상륙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도 시작부터 끝까지 강렬한 록의 향연으로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답게 듣는 즐거움과 보는 재미로 가득하다.

뮤지컬은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른다. 록 스타를 꿈꾸지만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주인공 듀이(코너 글룰리)가 친구 네드를 대신해 명문학교 호레이스 그린에 대체교사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방값을 벌기 위해 뜻하지 않은 ‘사기극’을 시작한 듀이는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 음악의 재능을 발견하고 밴드 배틀에 나가기 위한 록 밴드 결성에 나선다.

영화의 핵심 장면을 뮤지컬에서도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듀이가 아이들에게 밴드 담당을 정해주는 넘버 ‘유어 인 더 밴드’도 그 중 하나다. 아역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해 라이브 음악의 흥분을 그대로 전달한다. 아이들답게 다소 서툴지만 실수 없는 연주 실력이 풋풋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명장면인 록의 역사를 적은 칠판도 무대 소품으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한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영화는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메탈리카, AC/DC 등 유명 록 밴드의 음악을 사운드트랙으로 이용했다. 아쉽게도 뮤지컬에서는 이들의 음악을 만날 수 없다. 그러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통해 록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 웨버가 작곡을 맡은 넘버들은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나고 흥겹다. 영화에 등장한 유일한 오리지널 곡 ‘스쿨 오브 락’도 그대로 등장해 원작의 추억을 느끼게 만든다.

잭 블랙 못지않은 열연을 펼치는 듀이 역의 코너 글룰리, 교장 선생님 로잘리 역으로 성악가 출신답게 가창력을 뽐내는 카산드라 맥고완 등 성인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빼어나다. 그러나 ‘스쿨 오브 락’의 진짜 주역은 바로 아이들이다. 이번 월드투어 공연을 위해 특별히 선발된 12명의 아역 배우들은 공연 내내 무대에서 방방 뛰며 작품에 흥을 더한다.

1시간 50분의 영화를 2시간 40분의 공연으로 옮기면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도 있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와 겪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동성애자 부모가 등장해 문화적 다양성을 느끼게 한다. “록은 규칙을 깨는 것”이라는 듀이의 말처럼 뮤지컬 또한 편견을 깨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록의 정신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종일관 흥겨운 작품이지만 숙연하게 다가오는 장면도 있다. 로잘리가 부르는 넘버 ‘웨어 디드 더 록 고’가 그렇다. 플리트우드 맥의 멤버이자 ‘록의 요정’으로 불리는 스티비 닉스를 좋아했던 로잘리는 오랜만에 그 음악을 들으며 한때 록에 빠져 있었던 자신을 떠올린다. “록은 어디로 갔나”라는 로잘리의 외침은 현실에 물든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질문이다.

누군가는 로잘리처럼 현실에 적응한 채 살아가는가 하면 듀이처럼 여전히 꿈을 꾸는 이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스쿨 오브 락’이 전하는 자유와 해방감에 끌리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듀이가 아이들가 함께 록의 정신은 권력에 맞서는 것이라고 노래하던 ‘스틱 잇 투 더 맨’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귓가를 맴돈다. 공연은 8월 25일까지. 이후 부산, 대구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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