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한낮 기온이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회도 누진제 개편·폐지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체계 변경안을 내놓고 있다. 앞서 올해와 비슷한 더위가 있었던 2016년에 발의된 누진제 개편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다가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누진제 개편 또는 폐지가 언급된 법안은 총 8건이다. 가장 주목받은 안은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안이다. 조 의원은 지난 1일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누진제는 과거 전력수급이 절대적으로 불안정한 시절 주택용 전력에만 책정된 불합리한 제도”라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누진제 개편안이 논의되긴 했지만 폐지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냉방 전력수요가 많은 하절기(7~9월)는 물론 난방 전력을 많이 쓰는 동절기(12~2월)에 한시적으로 누진제 부담을 줄이는 안을 내놨다. 이명수 한국당 의원이 하절기에 한해서 누진제를 경감해야한다고 주장한 2016년 발의안에서 한걸음 더 나갔지만 조 의원 안보다는 보수적이다. 권 의원은 “최저단계에 별다른 제한 없이 누진제를 폐지하면 오히려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권 의원은 3단계로 최저 구간과 최고구간의 차이가 최대 3배까지 나도록 설정된 한국의 누진제가 다른 국가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대만(6단계, 2.8배) △중국(3단계, 1.5배) △일본 3단계, 1.3~1.6배) △(캐나다 2~3단계, 1.1~1.5배) △호주(2~5단계, 1.1~1.5배)보다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누진제 배율이나 구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계속돼왔다. 올해와 비슷한 형태의 폭염을 보였던 2016년 당시 박광온·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권 의원과 같은 이유로 누진제 개편 필요성을 담은 개정안을 냈다. 박 의원은 하절기를 제외한 달에 6단계, 12배 누진배율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서 의원은 각각 3단계 이내, 2배로 누진단계와 누진배율을 축소해야한다고 말했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2016년 당시 누진배율이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개정안을 냈다. 황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전기사용 시간대와 전기 사용량을 고려해 다양한 전기요금제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연구용역을 발주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와 맥이 닿아있다. 계시별 요금제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부과하는 방식이다.
황 의원의 법안에는 누진제의 적용대상이 되는 가구에는 전기요금을 부과하기 전에 미리 중간 요금을 알려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누진제는 조금만 구간을 넘어가도 요금이 더 많이 부과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전력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누진제 사전고지에 대한 개정안을 내놨다.
이와 별개로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 대책이 포함된 법안도 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2016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자녀가구, 사회복지시설 등 사회취약계층이 별도의 신청 없이 20% 이상 전기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낸 상태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배려대상자가 안정적으로 전기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25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20분 현재 전력 공급예비율이 10.9%를 보인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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