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저가항공 '안전성' 우려 고개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최근 필리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스트항공이 갑작스레 운항을 중단하면서 외국계 LCC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스트항공은 지난 17일 필리핀 항공당국의 지시로 한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항공당국은 16일 오후 제스트항공이 안전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제스트항공의 자격을 정지하고 운항을 금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스트항공 비행기 5편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유압시스템 결함과 연료 과잉, 연료 연결장치 뚜껑 유실 문제로 이륙하지 못했다.

이날 운항이 중단되면서 인천 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칼리보로 향하는 항공편과 필리핀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이 모두 결항됐다. 발이 묶인 승객들은 필리핀항공 등 타 항공사의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스트항공이 안전 문제로 운항을 멈추자 국내에 취항하는 외국계 LCC의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취항한 외국계 LCC는 일본의 피치항공·에어아시아재팬·스타플라이어, 필리핀계 세부퍼시픽, 말레이시아계 에어아시아엑스 등이다. 외국계 LCC는 값싼 운임을 앞세워 한국 노선을 공격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항공사가 실어나르는 승객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피치항공은 올 상반기 인천~오사카 노선을 취항하며 총 16만1000명을 실어날랐다. 작년 같은 기간 승객 수는 1만9000명에 불과했다. 세부퍼시픽항공 역시 올 상반기 인천∼필리핀에서 승객 24만9000명을 수송해 작년 같은 기간(19만6000명)보다 훨씬 많은 승객을 태웠다.

이처럼 외국계 LCC의 한국 내 입지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소비자피해 495건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외국계 항공사의 소비자피해 증가율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항공사의 피해 증가율(13.2%)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피해구제 접수 빈도가 높은 항공사는 ‘피치항공’(5.76건), ‘루프트한자’(4.99건), ‘에어아시아엑스’(3.58건) 순으로 상위 10위까지 모두 외국계 항공사가 차지했다. 운송 불이행, 지연, 항공권 구입 취소시 위약급 과다·환급 거절 등의 문제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외국계 LCC는 국내에 별도의 지사 설치 없이 총판대리점을 통해 항공권 판매 등의 제한적인 업무만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발생시 보상처리를 지연하는 등 국내 소비자보호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LCC 문제로 LCC 전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외국계 LCC의 피해구제 창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안전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