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용의 시장돋보기]공격적 주식투자는 시기상조

  • 등록 2011-12-05 오후 1:10:59

    수정 2011-12-05 오후 1:10:59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 지난달 30일 저녁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전격적으로 0.5% 포인트 인하했다. 이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과 달러 스와프 양을 늘리는 동시에 스와프 금리를 인하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적 대응은 힘없이 하락하던 세계 증시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이번 글로벌 공조는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도모하고 유로존의 달러 유동성 위기를 진정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먼저 유로존을 보면 이번 달러 유동성 공급이 신용 경색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유럽의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간 유로존은 달러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달러 차입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해야 했다.

이번 조치로 유로존의 달러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배경에는 그만큼 유로존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전세계 금융기관 대부분이 4분기 유로존 성장률을 0%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둡다.

유로존 재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로존의 강력한 재정통합이나 긴축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극적으로는 유럽의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러한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대책은 심리적 안정을 줄 뿐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어떤가? 이번 긴축 완화는 경기를 회복세로 돌리려는 노력이라기 보다는 하강 속도를 조절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8월 이후 지속한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첫걸음이다. 중국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내려가는 모습이 나타나자 긴축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금융위기 이후 두자리 숫자로 고공 행진을 하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긴축 영향으로 올해 4분기에는 8% 초반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국 구매자관리지수(PMI)는 경기 판단의 기준선 아래로 내려와 49를 기록했다. 이미 경기 방향이 아래쪽으로 가고 있어, 이번 한번의 지준율 인하만으로 흐름을 돌리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 정부는 안정적인 경기 연착륙을 통해 물가와 부동산 버블을 잠재우며 경제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속내를 보여줬다.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새로운 지도부 출범에 따른 경기 부양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 경제 운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며 경기의 연착륙을 원하고 있다. 지준율 인하로 모든 일이 해결된 것처럼 흥분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달러 유동성 확대나 긴축 완화같은 조치가 경기의 하강과 기업 실적 악화 그리고 유로존의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 조치가 비관론이 팽배해 있던 금융시장에 버팀목이 있다는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국들의 정책적 공조가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중국 정부의 대응 수단이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지난 2008년처럼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경기가 서서히 둔화되고 기업 실적 악화가 전망되는 현 시점에서 공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는 실수하기 쉽다.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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